금융연구원,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은행 NPL비율 지난해 말 1조7000억→올해 말 3조원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융권 가계대출이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6.8%로 급증하면서 국내 은행 가계대출의 고정이하여신(NPL·부실채권) 비율이 올해말 0.33%로 1년새 두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국내은행의 자기자본과 당기순이익을 고려하면 은행산업 전체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할 것이란 분석이다.

30일 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내놓은 ‘국내은행 가계대출 리스크 예측’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은행 총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부실채권비율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2010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6.8%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대출금리(차입비용)가 하락한데다 금융자산 수익률도 하락하면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도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에 따라 금융당국은 2021년 4월과 10월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차주의 상환능력심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2022년 들어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멈추고 다소나마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8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과도한 수준이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자료=한국금융연구원)

또한 우리나라 가계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도 14%에 육박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5~8%인 점에 비해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능력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2010년 5월)와 미국 재정위기(2011년 8월) 당시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인해 국내 금리가 급등한 후 NPL 비율도 후행적으로 급상승했다고 우려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중 NPL 비율과 거시변수들의 계량모델을 추정하고, 이를 이용해 올해 분기별 NPL 비율을 예측한 결과 NPL 비율은 작년 4분기 0.18%에서 2023년 말 0.33%까지 급상승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 가계여신은 2022년 말 1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3조원 수준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2년말 국내은행 자기자본이 279조원이고, 2022년 당기순이익이 18조원을 상회하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산업 전체의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지언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급락하던 NPL비율이 갑자기 급등으로 전환되는 것이기에 어느정도 기간과 수준까지 진행될 것인지가 문제”라며 “거시변수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NPL비율 변화도 예의주시하는 한편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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