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공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영역 구분・확정...구조적 실패시 CEO 책임
관리 소홀 임원은 제재, 역할 충실한 임원은 사고 나도 면책가능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임원 별 책임 범위를 명확해진다. 불완전판매·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CEO가 임직원들에게 관행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은 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응하여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추진되어 온 국정과제로, 지난해 8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학계・법조계 등의 전문가들과 금융회사들의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개선안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이는 금융당국의 획일적인 규율이 아닌, 금융회사가 스스로 각자의 특성과 경영여건 변화에 맞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는 동시에, 임원 개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정함으로써 내부통제에 대한 임원들의 관심과 책임감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 대표이사는,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쓰는 문서다.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함으로써,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지배구조법상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CEO(최고경영자), CRO(최고위기관리자), CCO(최고고객책임자) 등의 직책이 해당한다. 대형은행 기준으로 20~30명의 임원에게 책무가 배정될 예정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기존의 기준 마련의무에 더하여 관리의무가 추가됨으로써,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원활한 작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사회 의장도 '감시 의무'로 책임 영역을 정해 책무구조도에 명시되는 임원으로 포함된다. 다만 사외이사의 제약된 정보접근성을 감안해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에 표시될 책무의 영역은 '경영관리·위험관리·영업부문'으로 구분될 예정이다. 이 안에서 금융회사의 법령준수, 건전경영, 소비자보호 영역이 다뤄진다.

책무구조도가 새로 도입되면서 해당 임원의 책임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금융사는 그 임원의 전문성, 업무 경험, 정직성, 신뢰성 같은 자격도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임원을 새로 뽑을 때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이 책무구조도상 직책이 바뀔 때도 자격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평소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여 내부통제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임원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사전에 예측・통제하기 어려운 불의의 금융사고로부터 담당 임원의 소신과 판단, 노력이 보호받게 된다.

이번 제도개선의 핵심이 임원제재에 있다기보다는, 임원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더욱 충실히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던 규제방식으로서, 이번 제도개선은 우리나라 내부통제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과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역할도 명확해진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심의・의결사항 추가, 이사회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등 상법상 이사의 내부통제 감시의무가 구체화되었다. 이사회의 감시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지배구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부통제 제도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변화가 아닌, 조직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행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리더십이 중요한 만큼, 금융권 협회장들과 최고경영진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새로운 제도 도입 및 준수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도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책무구조도 작성, 관리의무 이행 등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금융업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며 "경영진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적극 인정하고 검사 및 제재의 예측가능성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협회장들은 제도개선 취지에 공감하며, 제도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예측가능성이 제고됨으로써 내부통제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입법과정에서도 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재, 면책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 및 소규모 금융회사에 대한 특례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금융회사들도 새로운 제도가 금융권에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금번 제도개선 내용을 구체화한 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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