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물가, 경기 부진 등 고려...한미 금리역전차 1.75%p 유지
이창용 총재 "환율ㆍ외환시장 불안 및 가계부채 급증하면 금리인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2월, 4월, 5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2% 후반대로 둔화됐다는 점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의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며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수출과 내수 회복 부진에 따른 하반기 경기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도 금리동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시장 경색 우려도 있는 만큼,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해석이다.

근원물가는 연간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 3.3%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둔화되고, 성장 부진이 완화된 데다, 예상보다 높은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며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1.4%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위험 요인, 성장 하방 위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점검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가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1.75%p가 유지됐다.

다만 미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이 한은이 금리동결 기조 유지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는 더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뛰고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한은은 경기 침체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동결 결정을 내린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지금은 안정됐지만 환율,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다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미국 금리의 불확실성을 지목하며 기준금리를 3.75%로 추가 인상할 수 있단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졌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앞으로) 금리를 몇번 더 올릴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외환시장 안정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을 9월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현재 1.75%포인트에서 오는 27일 2.00%포인트까지 확대되면 외환시장 불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공식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환율은 (한·미) 금리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통화정책을 지속해서 긴축으로 가져갈 것이냐, 한국 반도체 경기와 여러가지 외화 수급 사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모두가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물가상승률이 안정 목표(2%)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들 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기가 연말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못 박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당장은 연내 인하를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도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음을열어둔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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