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의원 “부실기업 선별할 수 있도록 기준 강화해야”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투자자의 손실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상장한 특례상장 기업’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 27일 기준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이 전체 200개 기업 중 64%(12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대비 –30%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50%(99개)였으며, -50% 이하인 기업은 38%(76개)였다.

특례상장제도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상장요건을 완화해주거나 일부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제도 특성상 기술 및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적자인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 특례상장은 기술특례상장과 이익미실현 상장으로 나뉘고 기술특례상장은 다시 기술평가 특례와 성장성 추천 특례로 나뉜다.

지난 2005년 도입된 기술평가 특례상장은 기술평가 및 상장심사를 통하여 기술성이 인정되면 현재 이익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최근 10년간 총 164개의 기업이 기술평가 특례를 통해 상장했다. 이 중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108개로 전체 기업의 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 이하로 하락한 기업은 51%(84개)이고, 공모가 대비 -50% 이하로 하락한 기업은 38%(63개)였다. 거래정지 기업은 3개(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이노시스 ‧ 인트로메딕), 상장폐지 기업은 1개(유네코)이다.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은 상장주선인이 성장성을 인정하여 추천하는 것으로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등급 없이도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허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2017년에 도입된 이후 총 20개의 기업이 상장했는데, 그 중 65%(13개)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공모가 대비 –30% 이하인 기업은 50%(10개), -50%인 이하인 기업은 40%(8개)에 달했다.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은 적자 기업이더라도 주관사의 추천을 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탓에 성장성 추천 특례로 상장한 제약·바이오 회사 대부분이 적자상태다.

특히 성장성 추천 특례 1호로 상장한 셀리버리도 2018년 상장 이후 줄곧 적자였는데, 올해 3월에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익미실현 상장은 과거에 이익을 시현하지 못했더라도 시장에서 성장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로서, 2018년 카페24를 시작으로 총 16개의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이 중 38%(6개)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으며 31%(5개)의 기업이 공모가 대비 –50%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첫 상장 사례인 카페24는 공모가 대비 –80% 하락해 큰 하락 폭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지난 7월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턱을 더 낮추게 되면 무차별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 상장 이후 기업의 부실 경영책임은 기업의 몫이라는 지적과 함께 규제는 정부가 풀면서 책임은 주관사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하면서 주관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를 제대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을 제대로 선별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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