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 부회장단 모두 2선 퇴진…삼성·LG 70년대생 사장 탄생
'오너3·4세' 전면배치...경영승계 본격화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주요그룹 임원 인사가 마무리 된 가운데 올해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오너家’ 승진‘ 등으로 꼽힌다. 글로벌 불황 속에 젊은 리더들을 앞세운 세대 교체로 기업 내 쇄신을 꾀하고, 오너 3·4세를 전면 배치해 책임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중에서 오너가(家)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곤 첫 1970년대 사장이 탄생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1970년생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30대 상무 1명, 40대 부사장 11명 등 젊은인재로 세대교체에 힘을 실었다.

LG그룹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를 마지막으로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단이 모두 물러나면서 '구광모 체제'가 강화됐다. 이번 인사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명이던 부회장단은 2명으로 줄었다. 권봉석 LG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을 보좌한다.

LG에너지솔루션엔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이 CEO(최고경영자)에 선임되면서, CEO의 나이가 무려 12년 젊어졌다. LG이노텍은 창사 이래 처음이자 그룹 내 최연소인 1970년생 문혁수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SK그룹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4인 부회장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나는 인사를 단행했다.

SK 2인자인 수펙스 의장 자리엔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부회장이 선임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최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사촌경영 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970년대생 CEO를 전진 배치해 사장단 평균 나이를 대폭 낮췄다.

1975년생인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CIC 사업 대표, 1970년생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1975년생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 1974년생 장호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을 새롭게 임명했다.

GS그룹도 성장을 일궜던 사장단, 부회장 등이 물러나고 총 4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신규 임원만 50명에 달한다. 매년 임원 인사 규모가 30~4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쇄신형 인사라는 평가다.

GS그룹은 "이번 인사에 조직 쇄신과 중단 없는 사업혁신의 열망을 담았다"고 밝혔다.

'오너 3·4세' 경영 전면에…후계구도 '주목'

이번 인사에 오너일가 자녀들이 경영 일선에 등장하며 승계에 속도를 낸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신규 임원이 돼 주목을 받았다. 최윤정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팀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급 자리로 입사한 지 7년 만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됐다.

최윤정 본부장은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해 올해 초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했다.

바이오는 배터리, 반도체와 함께 SK그룹의 미래먹거리(BBC)로 꼽힌다. 그룹 신사업의 중요한 한 축을 맡긴 셈이다. 최윤정 본부장은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유창호 전략·투자부문장과 함께 SK와 공동 운영하는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도 이번 인사로 주목 받고 있다.

1986년생 신유열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한 뒤 8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12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전무가 됐다. 각각 1년도 안 된 시점에 연이어 승진했다.

신 전무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을 토대로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 신사업 확대의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롯데그룹 미래성장의 핵심인 바이오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CDMO기업으로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신유열 전무는 지난해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 롯데파이낸셜 대표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며 "롯데케미칼 동경지사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기여했고, 롯데그룹 미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삼형제가 주요 사업을 분할해서 맡고 있다. 차기 총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에너지를 맡고 있으며, 2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을,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30대 부회장도 등장했다. 코오롱그룹은 이번 연말인사에서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을 지주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1983년생인 그는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재계 최연소 부회장 타이틀을 쥐었다.

GS그룹도 일제히 오너일가 4세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장남 허윤홍 사장은 GS건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장남인 허철홍 부사장은 GS엠비즈 대표로, 허광수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 부사장은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으로 이동했다.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의 장남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와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는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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