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넥슨, 확률 정보 변경 고의로 누락·허위 공지"
넥슨 "2010~2016년 확률 고지 의무 없었다"..."이의신청ㆍ법적 대응 검토"

(사진-넥슨)
(사진-넥슨)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상품 정보를 속인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116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넥슨은 이용자에게 큰 실망을 안긴 점을 사과하고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전했다. 

다만 게임업계는 정보 공개 고지 의무가 없었던 때 발생한 사안을 소급 적용해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게임산업 위축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오는 3월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를 앞두고 과거 사례까지 제재를 가한 선례가 등장하면서 국내 게임사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공정위는 3일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유료 판매 아이템인 '큐브'를 메이플스토리에 도입했다. 넥슨은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같은해 9월부터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 2011년 8월 이후에는 선호도가 특히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재차 변경했다. 이른바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 등 인기 중복 옵션의 당첨 확률이 아예 '0'으로 설정된 것이다.

넥슨은 이러한 옵션 변경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오히려 2011년 8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큐브 확률이 처음 변경된 2010년 9월부터 확률이 외부에 공개된 2021년 3월까지 넥슨이 큐브를 통해 55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장비 등급 상승(등업) 확률을 임의로 낮춘 사실도 드러났다. 장비에 부여되는 잠재 능력에는 레어→에픽→유니크→레전드리 순으로 높아지는 등급이 있는데, 높은 등급일수록 더 좋은 옵션의 잠재 능력이 나올 수 있다. 등업은 장비 옵션을 재설정하는 큐브 사용 시 일정 확률로 이뤄진다.

넥슨은 2013년 7월 장비의 최상급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등급 상승 확률이 높은 '블랙큐브' 아이템을 함께 출시했다. 출시 당시 블랙큐브의 레전드리 등업 확률은 1.8%였지만 2017년 12월에는 1.4%까지 낮아졌다. 2016년 1월에는 1%까지 등업 확률이 떨어졌다.

넥슨의 또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도 뽑기형 아이템을 이용한 거짓·기만행위가 적발됐다. 2015년 2월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가 최초 진행될 당시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일정한 확률로 골드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10월 10차 이벤트부터 2021년 3월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 1∼4개 사용 시까지 골든 숫자 카드를 획득할 확률이 0%로 변경됐다. 매직바늘을 4개 사용할 때까지는 '당첨'이 절대 나오지 않고, 5개째부터 일정 확률로 '당첨' 아이템이 나오는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넥슨은 이런 확률 변경을 숨긴 채 이벤트 관련 공지에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 숫자가 획득된다'는 거짓 내용을 올렸다.

이번 사안은 2021년 3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강화형 아이템인 '큐브' 확률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다만 확률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큐브 아이템을 통해 재설정할 수 있었던 일부 옵션을 제외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민원이 발생했다.

이에 공정위는 같은해 4월과 2022년 6월 현장 조사를 통해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에 대해 과거 이력까지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2010년, 2011년, 2013년, 2016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 조정 후 미고지한 행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슨은 "이용자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이의 신청과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 서비스와는 무관하다"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3월 먼저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위반으로 지적한 시기(2010~2016년)는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고, 법적 의무나 사례가 없던 시기의 사안을 소급해 위반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어 넥슨 관계자는 그간 넥슨이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2021년 12월 게임 내 확률형 콘텐츠의 적용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며 "이듬해 12월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공정위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심사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으면 면밀히 살펴본 후 공정위에 이의신청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황 교수는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황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 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 “2024년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며 “이번 처분은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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