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아래로
LG전자, 가전·전장 매출 호조로 3년 연속 매출 최고치 경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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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주춤한 반면, LG전자는 생활가전 및 전장사업 효과로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9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6%, 영업이익은 84.9%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 업황 악화로 반도체 '주춤'...연간 영업익 15년만에 10조원 아래로 떨어져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 67조원,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35% 감소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추정치의 평균) 매출 70조3601억원, 영업이익 3조7441억원에 못 미치는 수치다.

단 전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은 15.2% 증가했으며, 매출은 0.59% 감소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이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적자 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반도체 적자 폭이 축소되고 있고, 올해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반도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을 두고 "메모리 부문 적자가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적자 축소에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MX 부문은 플래그십 효과 축소로 전 분기 대비 물량과 가격 모두 감소 및 하락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3년 연속 '매출 최대치'…가전·전장 '쌍끌이'

LG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과 전장 사업의 호조로 3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전장사업은 10년 만에 10조원 매출을 돌파하며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이 84조2804억원, 영업이익은 3조54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처음으로 연 매출 8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년 연속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지난 3년간 LG전자 매출액 연평균성장률(CAGR)은 13% 이상이다.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LG전자는 "경기둔화로 인해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B2B 사업의 고성장 등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노력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구조를 제품 중심에서 콘텐츠·서비스 등으로 다변화한 것 역시 수익성 확보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생활가전 사업의 경우 연 매출 30조원 대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LG전자는 대중적인 프리미엄 제품군을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볼륨존 라인업 확대 전략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냉·난방공조, 부품, 빌트인 등 B2B 확대도 성장에 기여했다.

지난해 출범 10년을 맞은 전장 사업은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해 주력사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공장 평균 가동률이 100%를 넘길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문이다.

TV 사업은 유럽 등 주력시장의 수요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웹OS(webOS) 콘텐츠·서비스 사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확인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하회한 4분기 실적에도 가전 사업이 올해 상반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매출 증가와 물류비 부담 완화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지난해 실적 바닥을 확인한 TV 부문은 교체 수요 증가와 스포츠 이벤트로 출하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장부품 사업은 전기차 수요부진에도 고부가 차량 부품의 주문 증가와 신공장 가동 효과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LG전자의 실적 방향성은 가전과 전장부품 매출 성장으로 우상향이 기대된다"며 "가전 사업은 가전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볼륨 존' 제품의 출하 증가로 B2C 수요를 견인하는 동시에 유럽 중심의 B2B 매출 비중 확대로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2조1000억원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발표한 잠정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한 예상치다. LG전자는 이달 말 2023년도 연결 기준 순이익과 사업본부별 경영실적을 포함한 확정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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