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자금난 해소 및 PF 우발채권 우려 재무건전성 안정 입증 효과 기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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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건설업계가 고금리와 자재비 급등, 중견건설사 워크아웃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에 최대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거래대금 조기 지급에 나서며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대금 조기지급으로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을 돕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불거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와 관련해 재무건전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동부건설,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들의 자금난 해소 및 동반성장을 위해 조기대금 지급에 나서고 있다.

중흥그룹 계열사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지난 29일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을 명절 전에 조기지급 한다고 밝혔다. 공사대금은 약 1300억 원 규모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전국 40여개 공사현장의 협력업체들이 직원들의 임금 및 자재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에 지급할 결제대금을 설 명절 전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사회적 분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등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으나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이어가기 위해 조기지급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25일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에게 2200억원 규모의 대금을 선지급키로 했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의 금융 안정화를 돕기 위해 진행한 금융지원에서 지난해 설 명절과 추석에 각각 34억원과 66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불확실한 대내외 시장 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의 자금 운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상생경영 파트너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은 상생펀드를 400억원에서 82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운 대내외 환경,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협력사 임직원분들께서 따뜻한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올해 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도 설 명절을 앞두고 중소 협력사들의 거래대금을 최대 9일 앞당겨 지급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자금수요가 늘어나는 설 명절을 맞아 중소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운용을 위해 다음달 7일부터 15일까지 지급할 거래대금 720억원을 같은달 6일에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지급 대상은 최근 포스코이앤씨와 거래하고 있는 928개 중소기업으로 거래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 등 건설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게 이번 거래대금 조기 지급을 통해 명절 상여금, 급여, 원자재 대금 등 현금 유동성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주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반그룹 건설계열사인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지난 23일 설 명절을 앞두고 400여 개 협력사들에게 공사대금 1500억을 조기 지급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해마다 명절 전에 협력사들에게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오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등 연초부터 건설업계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 협력사들의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 공사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협력사들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동부건설도 지난 22일 180여곳의 현장 협력사에게 총 550억원 규모 공사대금을 지급 예정일보다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한다고 밝혔다.

동부건설은 “이번 조기 지급은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의 유동성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모든 현장 근로자가 임금 체불 걱정없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발 악재 등으로 건설업계에 악재가 불거진 상황 속에서 이번 협력사 조기 지급은 재무 건전성이 안정적이라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해외 현장의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의 수금 등으로 약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6일 롯데케미칼·롯데백화점 등 29개 그룹계열사과 함께 협력사 1만4000여 곳에 대금 8800억원을 조기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지급일보다 평균 9일 앞당겨 지급하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협력사들에게 예정보다 빠르게 대금지급에 나서면서 시장 일각에서 재기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 규모 3조2000억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은 현재 현금성 자산 2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미착공 PF 3조2000억원 중 2조4000억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나머지 8000억원도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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