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4분기 실적 악화...예실차 손익 감소와 부동산 PF 대손충당금에 한파
보험사 최대실적ㆍ배당 기대감에 관심 높아져 주가 상승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보험사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인 IRS17 도입으로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보험업종 주가는 실적 호조와 배당수익 기대감으로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분기 실적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예실차 손익 감소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PF관련 대손충당금 발생으로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교보증권은 삼성ㆍ한화ㆍ동양생명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약 480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순이익 감소 이유로 건강검진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서 예실차 손익감소가 예상되며, 일부 생보사의 경우 태영건설 등 부동산 PF 관련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의 지난해 4분기 예상 순이익은 약 71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7.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4개 손보사의 순이익 감소이유로 장기보험관련 손해율 소폭 개선에도 불구하고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손실 계약 관련 일회성 비용 발생, 건조한 날씨로 인한 화재증가로 일부 손보사의 일반보험 손해율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로 부동산 PF관련 대손충당금 발생 등을 꼽았다.

한화투자증권도 삼성화재의 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276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보다 12%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현대해상 4분기 순익은 1377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18%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보험사들이 지난해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인 IRS17 도입으로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면서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순익규모는 2조200억원으로 보험사 최초로 ‘2조원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2023년 연간 순익규모는 2조200억원으로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1조9131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으며, DB손보가 1조5976억원으로 전망됐다.

일부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전인 2022년에 비해 2배에서 4배 가까이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 2022년 IFRS17 도입 전 56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미래에셋생명은 2023년 순이익이 2059억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뛰었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순익 추청치는 2684억원으로 2022년 970억원에 비해 3배 가량 높아졌다.

이어 현대해상은 5609억원에서 2023년에는 9768억원, 한화생명은 2022년 3543억원에서 지난해 738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금리 하락과 더불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보험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관측해 향후 보험업종의 주가상승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PF, 해외 부동산 펀드 손상, 연체율 상승에 따른 건전성 우려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금융회사 실적 변동성을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보험업종은 상대적으로 이익 가시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긍정적’(Positive)으로 유지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둔화 및 침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과거 금융주 중에서 가장 방어적인 성격이 강했던 보험주 특성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신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되었고, 생손보사의 실적도 견조하게 시현되고 있으며,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배당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며 보험업 투자의견을 Overweight(비중확대)를 유지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춰야 하지만,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며 “향후에는 기대배당수익률을 기준으로 배당기준일까지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일본증시 상승의 배경으로 손꼽히는 정책들을 벤치마킹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지속적인 저평가를 받아왔던 보험株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보험주 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도 제기됐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종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자본규제 감안 시 전통적 저PBR 업종인 보험업종 주가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더딜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보험업종의 12개월 선행(12MF) PBR은 생명보험이 0.28배, 손해보험이 0.55배 수준이다. 통상 PBR이 1배 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평가된다. 

임 연구원은 “정책 구체화 과정에서 보험주의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효과로 본격적 저PBR 해소를 위해서는 주주친화 정책의 지속 가능성 확보, 자본규제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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