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LS 판매로 0.7∼1.0% 수수료...비이자이익 6% 차지
고객 손실률 53.1%, 최고 58.2% 손실도...상반기 손실액 7조원 안팎 우려
이복현 금감원장 "불완전판매 사례 적발...판매사 임직원 엄중 책임 묻겠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홍콩 ELS 손실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시중은행이 지난 3년 동안 주가연계증권(ELS)을 팔아 약 7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들이 지난 3년간 주로 판매했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반토막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이 갈수록 불어나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은 모두 6815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홍콩H지수가 1만2000을 넘어 최고점을 찍은 2021년 ELS의 판매 호조로 2806억9000만원의 이익을 냈고, 2022년과 지난해(3분기)에는 각 1996억9000만원, 2011억9000만원을 거뒀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팔아왔다.

은행 몫의 수수료는 ELT의 경우 보통 판매액의 1%, ELF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판매액의 각 0.9%, 0.7% 수준이다. 은행은 최근 3년간 주로 ELT 판매에 몰두해왔다.

은행이 지난 3년간 주로 판매한 홍콩H지수 ELS는 H지수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나면서 대규모 손실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모두 7061억원어치로, 평균 손실률은 53% 수준이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3313억원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1%에 이른다. 지난달 말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60%에 육박했다.

H지수가 5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 달했다.

반면 ELS 가입자 대다수는 원금이 반토막나는 손실을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몰린 H지수 ELS의 경우 지난 2일 기준 H지수 5219를 기록, 2021년 당시 고점(약 1만 2000)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전체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올해 상반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최근 H지수에 대한 대규모 손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잇달아 ELS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이 모든 ELS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H지수 ELS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사한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 ELS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불완전판매 확인되면 판매사 임직원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규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다시는 후진적인 형태의 불완전 판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확인된 불완전 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불공정 거래'와 '불완전 판매'는 국민의 재산형성 지원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소돼야 할 과제"라며 "엄정한 조치와 함께 피해 반복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으로, 불완전 판매 사실이 드러나면 신속한 피해구제 방안 추진과 함께 판매사 임직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4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고령층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경우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후보장용 자금 및 암보험금에 대해 투자를 권유한 것을 부적절 판매 사례로 꼽았다. 또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한 사례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소비자를 생각하고 한 건지,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수수료에 급급한 건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분쟁조정 절차에서 은행 및 금융사들도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 절차와 별개로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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