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M&A 시동…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넘게 진행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1심 법원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1심 무죄 판결에 따라 사법 리스크 부담이 한결 해소됐다. 그동안 매주 재판에 출석하며 발이 묶였던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에 다시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도 시동이 걸리며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시세조종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선 이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지만, 무죄 판결에 따라 이 회장은 법정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이 회장의 혐의는 2015년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및 회계 부정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합병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기소했다.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아왔던 족쇄에서 벗어나 미래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무죄 선고로 향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경영 행보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M&A 추진 등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M&A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삼성은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대형 M&A는 2017년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끊긴 상태다.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기 해외 출장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간 최고경영자(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쌓고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동안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상대적으로 해외 출장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아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최후진술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벌어지는 이런 일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 이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과 관련한 안건이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는 물론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부회장 시절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제대로 이사회 활동을 하지 못한 채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에선 이 회장이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이재용식 뉴삼성에 맞는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KB증권은 6일 이 회장 관련 사법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기업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 회장의 9년간의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향후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확대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삼성그룹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삼성그룹주 전반의 낮은 기업가치는 이 회장 사법 리스크로 그룹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정책 및 규제 리스크 확대 등이 해외 대형 펀드의 투자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 실효성이 확대되고 유통업 규제 완화 등 정책 및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포함한 해외 대형 펀드의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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