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부터 ELS 주요 판매사 11곳 검사 착수
1·2차 검사 내용 토대로 ‘책임 분담 기준안’ 마련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은행들이 지난 3년간 주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나면서 가입자 대다수가 원금 50%이상 손실을 보고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판매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1·2차 검사 결과에서 확인된 불완전판매 유형 등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고, 판매 규제와 관련한 제도 개선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16일부터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진행한 1차 현장검사에서 파악한 불완전판매 사례와 관련된 유형을 점검하고, 다른 문제점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1차 검사에서는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에 대해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고령층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경우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금융사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소비자를 생각하고 한 건지,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수수료에 급급한 건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검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말까지 책임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현재 고령층 등에 알기 쉽게 상품 설명이 됐는지, 투자자가 과거 고난도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가입 채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유형별 피해 사례를 분류중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도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다.

검사 결과에서 불완전판매 행태가 확인되는 대로 이번에 문제가 된 ELS 상품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에 대해 판매 규제를 원점에서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4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규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다시는 후진적인 형태의 불완전 판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확인된 불완전 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불공정 거래'와 '불완전 판매'는 국민의 재산형성 지원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소돼야 할 과제"라며 "엄정한 조치와 함께 피해 반복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험 상품에 대해 판매 채널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지, 파생상품 한도를 축소할 것인지, 결재 단계를 더욱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 내 고위험 판매를 일괄 제한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있는 만큼 검사 결과와 해외 사례, 국내 소비자의 경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의 ELS 판매 전면 금지를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은행의 경우에도 소규모 점포까지 판매하는 게 바람직한지, 혹은 자산관리를 하는 PB 조직이 있는 은행 창구를 통해 하는 게 바람직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은 원금 보장이 안 되고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손실이 나는 상품에 대해서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좋을지, 어느 선까지 판매하는 것이 좋을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