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크래프톤 사상 최대 매출 반면 엔씨·넷마블·카카오 등은 부진
업계 "경영 쇄신·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불황 극복 나설 것"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사진-각 사)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사진-각 사)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게임업계에서 '3N2K'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가 지난해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반면 나머지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크래프톤을 제외한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 등 4개 사가 경영진을 교체하며 쇄신에 나서는 가운데  업계 불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해 ‘FC 온라인’과 ‘FC 모바일’,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등 라이브 서비스 타이틀의 호조와 ‘프라시아 전기’, ‘데이브 더 다이버’, ‘더 파이널스’, ‘메이플스토리M’(중국) 등 신규 출시작의 흥행에 힘입어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P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모바일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

넥슨은 지난해 한국과 중국, 일본, 북미·유럽, 동남아 등 기타 지역까지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음달 넥슨 일본법인 대표이사로 취임 예정인 이정헌 대표는 “넥슨은 2024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존 프랜차이즈에 다양한 업데이트를 이어갈 것이며, 신규 게임 출시를 통해 진취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올해는 다양한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다. 특히 중국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가능한 빠르게 출시할 예정이고, 퍼스트 버서커: 카잔, 마비노기 모바일, 퍼스트 디센던트 등 주요 신작 라인업을 추가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엔씨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1%, 75%가 줄었다. 리니지 시리즈 외 주요 수익원이 없는 데다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야심작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앤리버티(TL)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여파다.

올해는 TL 등을 글로벌에 선보이는 한편, 신작 출시와 신규 IP 발굴에 적극 투자해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엔씨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지식재산권(IP)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맞추고 있다"며 "M&A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지 못하지만 많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투자에 대한 방향성을 실질적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키우기' 흥행과 적극적인 비용 통제로 적자 폭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696억원으로 2022년 1087억원 대비 손실 폭이 감소했다. 특히 2022년 1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이익 177억원을 내며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넷마블은 분기 영업흑자를 시작으로 올해 새 성장 동력을 마련에 나선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해 출시를 목표했던 게임들의 개발 일정이 지연되면서 7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으나 4분기 턴어라운드로 재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며 "2024년은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등 기대작들의 출시가 예정된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게임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도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간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2.2% 늘어났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연간 매출은 1조241억원, 영업이익 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58% 줄었다.

크래프톤의 호실적 일등 공신은 배틀그라운드(PUBG) 시리즈다. 배틀그라운드 PC·콘솔 부문은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며, 지난해 12월 최대 동시접속자 수 또한 연중 저점 대비 70% 상승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지난해 서비스를 재개한 이후 트래픽과 매출 모두 빠르게 회복하며, 12월에는 역대 최대 월매출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성과가 배틀그라운드 IP의 견고한 성장성을 입증하는 한편, 인도 시장에서의 사업 및 게임 포트폴리오 등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익 모두 감소했지만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으며 3년 연속 연간매출 1조원대 기록을 이어나가게 됐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의 성장 둔화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손꼽혔다. 지난해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를 비롯해 ‘에버소울’, ‘아키에이지 워’ 등 신작 3종이 출시 이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을 이끈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매출의 하향 안정화도 영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경영 쇄신으로 돌파구 마련

게임사들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공통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출시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한동안 막혀있던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한다.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보이면서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2’를, 넷마블은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를 앞세워 중국 게이머 공략에 나선다.

앞서 중국 정부에서 외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재개하면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넷마블의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네오위즈의 '고양이와 스프’,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 위메이드의 ‘미르M’ 등이 판호를 발급받았다.

크래프톤을 제외한 4개 사가 줄줄이 경영진을 교체하며 쇄신에 나서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넥슨은 2014년부터 일본 본사의 대표를 맡아온 오웬 마호니가 물러나고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새 수장으로 내정됐다. 이 대표 내정자의 후임으로는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내정되면서 15년 만에 공동대표 체제를 택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 이사회도 개편됐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외 이사를 영입하고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엔씨소프트는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에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와의 공동대표 체제로 변경했다. 창사 이래 첫 공동대표 체제다.

넷마블도 경영기획 담당 임원 김병규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승진 내정했다.

카카오게임즈 수장도 바뀐다. 2016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8년여 간 회사를 이끌던 조계현 대표 대신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사령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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