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주주제안 잇따라
금호석화·고려아연·한미약품 등 주총서 대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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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경영권과 주주환원 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되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한편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과 신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장사들은 이달 말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들은 잇따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보통주 기준 1주당 8400원으로, 기아는 5600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93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삼성물산도 자사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원 이상 규모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주주환원 강화,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경영권 다툼‘이다. 오는 22일 주총을 예고한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씨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철완씨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내년까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자사주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며 일반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러자 차파트너스는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결정으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시장과 주주들의 우려가 여전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기하고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 우려를 일축하고 이사회가 독립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과 영풍도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해 전년보다 5000원 축소된 보통주 1주당 1만5000원을 배당하기로 하고, 신주 발행시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동업 관계인 영풍은 '배당금 원상복귀'와 정관 삭제를 반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상호간 "먼저 신의를 깼다"고 주장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아직 주총 날짜를 공지하지 않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OCI그룹과의 통합을 놓고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통합계획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누이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송 회장이 진행한 그룹 통합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합병을 막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다툼도 펴고 있다.

종윤·종훈 형제는 본인들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6인)을 상정해달라고 주주제안을 신청한 상태다. 한미와 OCI 통합은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미그룹 측은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삼성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전략적인 제안이 중요해진 만큼 신 후보는 금융·재정 전문가로서 회사의 자금 운용 및 글로벌 전략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삼성전기는 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삼성중공업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LS일렉트릭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각각 영입했다.

한편 최근 열린 롯데알미늄 주총에서는 핵심 사업인 양극박 사업의 물적분할을 놓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대하며 내놓은 주주안건이 부결됐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은 2015년 롯데그룹 '형제의 난' 이후 10년째 갈등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매년 주요 계열사 주총 때마다 자신의 경영 복귀 또는 신동빈 회장의 해임 안건 등을 제안하며 9번의 대결을 시도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이번 건도 신동주 회장이 패배했다. 물적분할 안건은 77%의 찬성률로 통과되고 신동주 회장이 제안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반영하자는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10번째 시도도 무산됐지만 신동주 회장은 앞으로도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직후 "앞으로도 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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