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정부와 22일(현지시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체결했다. 캐나다는 이번 FTA를 활용해 우리나라를 아·태 지역 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한국에 비해 광물과 에너지, 농축산품 등의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것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광우병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시장을 열어 아시아 지역에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FTA 체결로 인해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한 40%의 관세는 매년 2∼3%p씩 단계적으로 줄여 15년차에는 완전히 철폐된다.


또한 돼지고기의 22.5∼25%의 관세도 세부 품목별로 5년 또는 13년 안에 점진적으로 낮아져 없어지게 된다.


다만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미FTA와 동등한 수준의 쇠고기 수입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회 비준 후에는 우리나라 대형마트 등에서 미국산, 호주산에 이어 캐나다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한 캐나다의 주요 수출품목인 유연탄, 펄프, 원목 등의 원자재에는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이번 FTA 체결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한편 자동차 부문의 개방은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변할 것으로 점쳐진다.


캐나다 현지에서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6.1%의 관세를 FTA 발효 시점부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내년 FTA 발효를 가정할 경우, 오는 2017년에는 한국산 자동차가 캐나다 시장에 무관세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이나 유럽산 자동차보다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캐나다 현지에서는 자동차 노조원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캐나다에서 조립된 자동차들과 직접 경쟁해 자동차 시장을 왜곡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캐나다 자동차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소·돼지고기를 더 팔아 수천만달러를 벌어보려고 자동차 분야에서의 수십억달러를 포기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관세율이 6%인 자동차부품은 3년 내에, 7%인 타이어도 5년 내 관세가 철폐하게 되면서 캐나다에서 수입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관세율이 8%인 세탁기·냉장고 가전 시장도 3년 내 관세가 철폐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이 캐나다 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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