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부질환 등 피해사례 이어져 집단소송 조짐, 업계 불똥 튈까 노심초사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중금속이 검출된 코웨이에 뿔난 소비자들이 민원제기와 소송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살인적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정용 가전제품에 대해 민감한 이때 발암성을 가진 중금속인 니켈이 코웨이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정수기 업체들은 반사 이익보다는 오히려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웨이는 해당 정수기에서 검출된 니켈이 음용하더라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해당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및 해약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코웨이는 판매 시기와 상관 없이 문제가 된 얼음 정수기 3종 모델을 단종하고, 제품 전량을 조속히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코웨이의 설명과 조치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크다. 니켈을 음용했을 경우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발암성을 가진 중금속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웨이는 판매한 일부 모델에서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1년 전부터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쉬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화를 돋궜다. 

특히 니켈 검출 사실이 확인되자 코웨이 측은 "검출된 니켈 성분이 소량이라 인체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대응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수기를 사용한 이후 피부병 등이 심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니켈이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990년대 '쇳가루 논란'에 휩싸였던 녹즙기 시장처럼 정수기 업계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소비자 피부질환 등 호소…"집단소송도 불사"

7일 유통·가전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얼음정수기를 이용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한 카페의 경우 개설한 지 이틀 만에 2700여명이 가입했고, 집단소송 참여 인원을 파악한다는 공지사항에는 4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코웨이 정수기 사용 후 2개월 후부터 피부질환에 시달렸다는 소비자 피해사례. <출처-2014년 11월부터 1년8개월 코웨이 정수기를 사용한 소비자 블로그(블로그명-사랑하는...) 사진 일부 캡처>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CPI-380N 모델을 대여(렌털)해 썼다는 박모(29·여)씨는 두 돌이 갓 지난 첫째 아이가 원인모를 피부발진에 시달리고 있고, 자신도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두드러기로 고생한 적이 있다며 정수기가 원인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코웨이는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 3개 모델(CHPI-380N·CPI-380N/ CHPCI-430N/ CPSI-370N) 계정이 현재 8만7천개 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집단행동에 나서는 소비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중순부터 회수 대상 얼음정수기를 썼다는 엄모(42)씨는 "나쁜 물질을 거르고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쓴 것인데 돈 내고 아이들에게 니켈 섞인 물을 먹게 한 셈"이라며, "온라인상에서 이 정수기 사용자들의 사례를 보니 피부병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부품 도금이 벗겨져 물에 섞여 나왔다는 점은 물론 코웨이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1년 이상 소비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정수기를 '업그레이드' 해준다며 해당 부품을 교체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기업으로써 갖춰야 할 윤리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화난 소비자들은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 고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청호나이스 정수기에서도 이물질 발견 주장

이런 가운데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 정수기에서도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수기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청호나이스는 자사 얼음정수기에서도 일부 부품의 니켈 도금이 벗겨져 나온다는 주장을 확인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사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티니 UV 알파'. 이 제품에서도 금속물질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KBS2 드라마 방영분 중 일부 캡처>

청호나이스는 얼음을 분리시키기 위해 설치된 손가락 모양 부품 '에바 핑거' 용접 부위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 금속가루가 묻어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일 청호나이스의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티니 UV 알파' 제품에서 금속물질이 묻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6일 오후에는 이석호 대표이사 외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게재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물과 얼음만 나와야 하는 정수기에서 다른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한다"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점, 경위 파악을 위해 정밀조사를 실시한다는 점 등을 알리기 위해 사과문을 올렸다"고 말했다.

청호나이스는 대책 마련을 위해 별도의 비상전담조직을 꾸리고 정밀조사 중에 있다. 구매비용 환불 등 추가조치는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렌탈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이후 일상 속에서 무심코 쓰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라며 "공기청정기에 이어 정수기까지 문제가 터진 만큼 가전 렌털 시장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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