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서 해임 가능성도
롯데 총수 일가 최대 5명 구속기소되나

20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소환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신동빈 회장이 2000억 원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해외 인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그룹 안의 다른 계열사로 넘기거나 특정 계열사의 자산을 낮은 가격에 다른 계열사로 이전하거나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에 대해서 집중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3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과정에 신 회장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경영활동 없이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받은 100억 원대의 급여의 횡령 여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 롯데 계열사에서 수년간 400억 원대의 급여를 받은 부분에 대한 혐의 등이다. 

롯데그룹의 횡령과 배임에 대한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신동빈 회장이 구속 기소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 제1의 경영자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경제사범 혐의가 확정적이면 구속기소를 하고 대부분 구속돼, 경영진의 비리 구속의 경우 1~2일 내에 임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해당 경영진 해임과 새 경영진 선임 등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관례에 따라,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면 신 회장 해임을 발표한 후 현재 공동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단독 대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롯데 신씨 일가의 가족사이자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28.1%)와 신씨 일가 개인 지분(10%)를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이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의 소유인데,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면 신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지분이 신 회장를 계속 지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일본 주주의 호텔롯데 지분율이 99%에 달해, 새로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의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지분의 한국 롯데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진행 중이라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동주 회장의 롯데 경영권이 위험한 다른 이유로는 최대 5명에 달하는 총수 일가의 구속기소가 예상된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6월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는데,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400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은 혐의로 이달 초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달 7~9일 3번에 걸친 검찰 방문조사를 받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7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됐으며,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5명의 롯데 총수일가가 검찰에 구속기소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2012~2013년 SK 비자금 수사에서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동시에 기소돼 실형을 받은 이후 최다 총수일가 기소가 된다. 

한편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조사에 대해 "최근 일련의 일들로 롯데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우선 고객 여러분과 협력사 피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18만명이 종사하는 롯데의 미래 역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힘을 모으겠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