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규정 위반’ 롯데 11개사 과징금 5억 및 경고 조치
롯데 정책본부 “한일 분리경영, 고의 아니다”
67개 순환출자로 국내 계열사 지배, 대기업 순환출자의 70%

공정위가 해외 계열사 자료 등을 누락한 혐의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대규모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5명이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친딸이 대주주로 있는 4개 계열사 자료를 누락한 혐의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허위 공시를 한 롯데그룹 11개 계열사는 과태료와 징계 조치를 받았다. 

67개의 순환출자로 국내 계열사를 지배해 대기업 순환출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복잡한 계열사 구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2015년 롯데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시 유니플렉스, 유기개발, 유원실업, 유기인터내셔널 등 4개 미편입 계열회사를 누락해 9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유니플렉스 등 4개사는 신격호 회장의 딸인 신유미 씨가 2대 주주로, 공정위는 2010년과 2011년 신 회장이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에 거액의 자금을 직접 대여(유니플렉스 200억 원, 유기개발 202억 원)하는 등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계열사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계열사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유니플렉스, 유기개발, 유원실업, 유기인터내셔널 등은 모두 신 회장의 딸인 신유미 씨와 신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미스 롯데 출신 서미경 씨가 절반 정도씩 지분 100%를 소유한 법인이다.

유니플렉스는 대학로 극장 등 부동산 임대업, 유기개발은 롯데리아 가맹점과 롯데백화점 식당 등 식품업,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 매점 등 부동산 임대업, 유기인터내셔널은 해외 식품 수입업 등을 해왔다. 유니플렉스는 지난 2월 4일 유원실업에 흡수 합병됐는데, 4개 계열사 모두 한국 롯데와 유관한 사업을 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작년 유니플렉스와 유기개발 대표 면접에 롯데 측 고위 임원과 신유미 씨가 참여했고, 이후 신유미 씨가 임원으로 취임하고 업무 보고를 직접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정위는 신씨 일가의 일본 가족회사인 광윤사 등 16개 해외 계열사가 소유한 국내 11개 소속사의 지분도 신 회장 관련자가 아닌 기타 주주로 허위 기재한 점을 적발했다고 전했다. 

11개 회사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캐피탈,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로지스틱스, 롯데푸드,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이다.

특히 16개 해외 계열사 중 스위스 법인인 LOVEST.A.G.가 보유한 롯데정보통신(10.5%, 2004년부터 보유)과 롯데물산(6.9%, 1990년부터 보유) 주식은 신 회장이 신탁한 것으로 확인돼 공정위는 신 회장 소유로 봤다. 

이로 인해 롯데정보통신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기존 15.0%에서 25.5%로 늘어나,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위는 신 회장이 과거 지정 자료 제출과 관련해 허위 자료 제출로 2005년, 2011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이미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음에도 이 사건 법 위반 행위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소속 11개사도 공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텔롯데 등 11개 소속사가 2011~2015년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공시에서 16개 해외 계열사를 신 회장 관련자가 아닌 기타 주주로 허위 공시했다는 것. 공정위는 롯데 소속 11개 사에 과태료 5억730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호텔롯데 등 11개 소속사는 같은 기간 주식소유 현황 신고에서 16개 해외 계열사를 신 회장 관련자가 아닌 기타 주주로 허위 신고했다. 이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를 분리 경영하다보니 일본의 지배구조를 잘 몰라서 일본 계열사를 기타주주로 표기한 부분이 있어 최근 수정했다”며 “고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의 고발 사유 3가지 중 한국 11개 계열사의 허위 공시로 인한 과태료 부과에서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서 행정소송 중”이라며 “최대한 공정위의 조사에 협조하면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 롯데 계열사 얼마나 복잡한가 

지난 2월 1일 공정위가 공개한 ‘기업집단 롯데의 해외 계열사 소유 현황’ 자료에 의하면, 롯데의 해외 계열사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동일인 신 회장과 그 친족이 지배하는 법인,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한국과 일본 외 법인, △국내 기업집단 롯데가 지배하는 해외 계열사가 바로 그것. 

공정위에서 공개한 롯데그룹 계열사 자료

신 회장과 친족은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일본에 36개사, 스위스에 1개사 등 총 37개의 해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데, 광윤사와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등 7개 해외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일본 계열사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외에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롯데그린서비스, 패밀리,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 마켓비전 등이다. 스위스 법인인 LOVEST A.G.는 여수석유화학(롯데물산과 합병)과 호남에틸렌(대림산업과 합병) 등의 지분을 보유·관리하기 위해 1985년 설립한 회사로 신 회장이 실질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한국과 일본 롯데가 해외사업을 위해 출자한 해외 계열사는 267개이며, 이중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회사는 15개, 한국 롯데가 지배하는 회사는 252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10월 말 기준 롯데의 16개 해외 계열사가 11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다. 일본의 광윤사, 롯데홀딩스, 패밀리, 12개의 L투자회사 등 15개 사와 스위스의 LOVEST A.G.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99.3%), 부산롯데호텔(99.9%), 롯데물산(68.9%), 롯데알미늄(57.8%) 등 4개사의 경우 해외 계열사 지분이 과반수에 달한다.

한국 롯데 86개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4조3,708억 원) 중 해외계열사가 소유한 주식가액(9,899억 원)은 22.7%에 달하는데, 대부분 롯데홀딩스가 직접 출자(3994억 원)하거나 롯데홀딩스가 소유·지배하고 있는 12개의 L투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출자(5059억 원)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공개한 롯데그룹 계열사 자료

공정위에 의하면, 롯데 총수일가는 광윤사 등을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 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한다. 

특히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호출자(2개)·순환출자(4개) 등을 통해 일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67개 순환출자를 통해 국내 계열사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작년 10월 말 기준 대기업 집단 전체 순환출자(94개)의 71.3%에 달한다.

한국 86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8개로 9.3%에 불과한데, 호텔롯데를 비롯해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 일본계열사 출자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대부분 비상장사로 내부지분율이 85.6%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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