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 “전범기업 투자 해마다 증가, 절반은 손익 마이너스”
“사회책임투자 원칙 기반, 엄격한 투자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기업에 3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하고, 일본 전범 기업 투자도 해마다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연금공단의 투자가 사회적 책임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기업인 영국의 옥시레빗뱅키져 주식을 1450억 원(평가금액 기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남인순 의원실)

연금공단은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처음 만들어 보급한 SK케미칼 주식은 13.1%(2305억 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트와 GS리테일, 롯데쇼핑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총 3조1142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도 계속 증가했지만 손실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남 의원실에 의하면, 2013년 말 51개 기업 6008억 원에 달하던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평가금액은 2014년 말 74개 기업, 7646억 원으로 늘었다. 이어 작년에는 77개 기업, 9315억 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2년 동안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는 기업수 1.4배, 평가금액 1.6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금공단 측은 일본 전범기업이라고 투자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으며 수익성을 고려해 투자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연금공단이 투자 중인 일부 일본 전범기업 투자 수익성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 측은 연금공단의 전범기업 투자 평가손익을 살펴보면, 도요타(TOYOTA MOTOR CORP)의 경우 –279.1%, 건설 중장비 업체인 고마쓰 제작소(KOMATSU LTD) –127%, 니폰제강&스미토모금속(NIPPON STEEL&SUMITOMO METAL) –72.1%, 구보타(KUBOTA CORP) –65%, 파나소닉(PANASONIC CORP) –60.5% 등 평가 손익이 심각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남인순 의원실)

수익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40개 기업으로 연금공단의 투자 전범기업 중 55.5%에 달했다. 

남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총 4400여명, 사망자만 900명이 넘는 상황에서 국민이 낸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기업에 투자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전범기업 투자는 평가 손익이 크고,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기업에 대한 투자라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작년 1월 국민연금법에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근거 조항이 마련됐다. 국민연금이 올해 4월 기금운용 지침에 세부 지침을 마련했지만 사회책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회책임투자 원칙으로 보다 엄격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같이 사회적 위해를 끼친 기업과 전범 기업에는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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