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작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에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정부가 미르재단 설립 기금을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무리하게 모금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이 부분이 국회 제출 시 회의록에서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회의록 자료를 통해 정부가 문예위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예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설립과 기부금 모금과정의 특혜 의혹에 대해 도종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날 국감에서 도종환 의원은 지난해 11월 문예위 회의록 자료를 공개하며, 문예위 위원인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회의 도중 미르재단 모금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한 부분 등이 윗선의 지시로 회의록에서 삭제된 채 국회에 제출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도 의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박병원 회장은 "기가 막힌 일이 있다. 포스코가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만드는데 30억원을 내겠다고 하더라... 미르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서…전경련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450억~460억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이미 굴러가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이 있으며, “이미 재단이 다 만들어진 모양이지만, 우리 문예원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시비는 한번 걸어야 하지 않느냐"라고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병원 회장의 발언은 정부가 국제 문화예술교류 사업을 문예위에 일괄적으로 맡기지 않고 또 다른 단체인 미르재단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 같은 불만은 도종환 의원 측도 언급한 대로, 그간 미르재단을 둘러싼 모금 조성 등의 정부 행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위한 측근들의 무리한 계획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과도 연결된다.

◇ 문예위 심사에 정부 개입 의혹도

또한 도종환 의원실은 문예위가 2015년 5월 29일 회의록과 2015년 11월 6일 회의록을 도 의원실에 제출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나 사업의 문제에 대한 지적 사항 등 상당 부분을 삭제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청와대와 문화부가 문예위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도 의원실은 두 회의록이 각각 14페이지씩 삭제됐다며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의 절차상 문제, 심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심사위원 구성 문제 등이 삭제됐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이 삭제된 부분에는 ‘위’, ‘청와대’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는 점, 그로 인해 문예위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웠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정치검열, 블랙리스트 논란, 심사 개입이 청와대와 문화부의 지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음에도 문예위는 ‘그런 일은 없다’며 거짓 답변을 한 바 있다”면서 “해당 회의록을 통해 작년에 제기했던 문제들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문예위는 국회에 허위 자료 제출로 위증,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도종환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월 29일 회의에서 기금 지원심의 운영 규정에 대한 안건이 진행되는 중간에 한 위원의 책임심의위원 추천권에 대해 “직원이 된다, 안 된다, 1명만 넣어라”고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을 시작으로 논란이 격하게 벌어졌다.

권영빈 전 위원장은 상황을 정리하며 “우리 예술위원들이 추천해서 책임심의의원들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분들에 대한 신상파악 등을 해서 ‘된다,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이 사람은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고 발언했다.

이어서 권 위원장은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곤욕을 겪고 있습니다” 라고 발언한 뒤 “또 하나는 심의상의 문제... 참 말씀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5년 11월 6일 회의에서 한 위원은 회의 말미에 “000부장이 공문을 준 게 뭐냐 하면 심사위원 추천권이었습니다..심사위원을 추천했습니다..안 받아졌습니다... 결국 그분도 청와대에서 배제한다는 애기로 해서 심사에서 빠졌습니다” 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도종환 의원실은 “신상파악을 해서 된다, 안되다 결정하고,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다는 것은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작년에 제기됐던 심사 개입, 정치검열이 모두 ‘윗선’의 지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건으로 밝혀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종환 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된 예술위의 허위 자료 제출, 위증 문제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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