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피해는 회복되지만 죽은 아이들은 10억 줘도 살아나지 않아”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는 사회적인 법, 구제 길 없는 피해자 보호도 고려”

최근 박주민 의원과 함께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 입법 청원을 추진한 참여연대 김선휴 간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속 변호사인 김 간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올해 더 이상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를 입법 청원한 참여연대의 김선휴 간사는 “10년 동안 준비해온 법안이지만 올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있어서 더 이상 도입을 늦출 수 없었다”며 “사람이 죽고 다치는 문제에 있어서 기업이 더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입법 청원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17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속 변호사인 김선휴 간사는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1층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상한을 없애자는 게 100배나 1000배 등 천문학적인 금액보다는 가장 적절한 수준의 징벌적 배상이 부여되도록 하기 위해서다”며 “기업으로서는 관리감독 리스크가 되는 것인데, 애초에 기업들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 배상액으로 불법적인 행위를 감수해도 되겠다는 느낌을 주면 배상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간사는 “재산 피해는 회복되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아이들에게 10억 원을 배상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지 않고, 폐 손상 등 신체에 큰 피해를 입은 경우 아무리 많은 배상을 해도 사람들의 무너진 삶이 복구되지 않는다”며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킨 행위만큼은 강한 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징벌적 배상제는 굉장히 사회적인 법안으로, 개인 피해만 보장하는 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같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가해 회사가 부도난 경우에는 배상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징벌적 배상액 일부를 법원에 공탁해 최대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선휴 간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참여연대는 고의나 중과실로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입힌 불법행위의 징벌배상액에 상한을 두지 않는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을 최근 입법 청원했다. 어떤 법률안인가.

참여연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을 주장해왔다. 이미 10년이 넘은 셈이다. 올해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있어서 더 이상 도입을 늦출 수 없다는 취지로 좀 더 본격적인 입법 청원을 했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다보면 하자가 있을 수도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너무 무책임하게 제품을 개발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으면 큰 문제다. 현재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손해배상 청구밖에 없다. 자신의 손해를 입증해야 하고 법적 분쟁 절차를 거쳐서 손해배상을 받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싸워야 한다. 이를 통해 받아내는 손해배상액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적다. 그래서 시민들은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다.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어서 피해 하나하나 다 소송까지 가서 따지기 어렵다면, 누가 나서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이 같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자신이 입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징벌적 배상은 단순히 피해 배상 측면만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게 방지하거나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기업들이 조심해서 제품을 만들고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별로 없다. 시민들이 대항할 수단도 별로 없다. 하나의 소송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구제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오염, 식품위생법상 위해식품, 부정의약품, 근로기준법상 고의적인 임금 체불, 독과점 부정경쟁 행위, 장애인 차별, 허위 과장광고 등에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최대한 배상하자는 것이다. 다른 법률안에 일부 3배 배상안이 도입돼 있다. 하도급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인정보 유출, 부당한 하도급 관계에서는 불공정 행위에 이미 3배 배상이 도입돼 있다.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문제는 기업이 더 조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배상 한도를 정하지 않은 징벌적 배상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 징벌적 배상액에 대해 3~12배까지 상한을 둔 법안들이 많이 발의됐다. 상한 제한이 없는 징벌적 배상 법안을 청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징벌적 배상은 처음에 영미법에서 시작됐다. 이후에 다른 국가로 조금씩 펴져갔다. 미국은 배심원들이 배상액을 결정했다. 상한액을 두지 않다가 배상액이 너무 과다하는 비판들이 있다 보니까 일정한 상한 제한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배상액을 결정하는 기준들은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발생 피해 정도, 가해자가 얼마나 나쁜가, 악성의 정도, 피해가 얼마나 전보됐는가, 이 행위로 인해서 가해자가 다른 민사 및 행정적 책임을 진 게 있는가 등이 징벌적 배상제의 피해액을 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이다. 

3~12배 등 발생한 피해액에 연동해서 하는 게 기존 발의 법률이다. 그러나 배상액을 산정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사실 드러난 피해액은 낮지만 강력하게 엄단하기 위해서 징벌적 배상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발생한 피해가 100만원이라고 한다면 과연 300만원이 징벌적 배상의 한도가 돼야 하는가. 이 사안에서는 피해가 적었지만 이런 행위가 반복됐을 때 얼마든지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면 재발 방지를 위해서 피해액의 3배나 10배가 넘는 다른 금액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상한을 없애자는 게 100배나 1000배 등 천문학적인 금액을 필요로 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고려 요소들을 반영한 가장 적절한 수준의 징벌적 배상이 부여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10~12배 배상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관리감독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징벌적 배상은 애초에 기업들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내가 이 정도 배상액으로 이 행위를 감수해도 되겠다는 느낌을 주면 배상은 전혀 효과가 없다. 기업들을 억제하는 효과가 적다.    

- 현재 의견 수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법률안의 발의와 입법 실행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진행하고 있나.

법률안을 마련할 때 내부 실행위원인 변호사, 교수들과 토론을 많이 했다. 법률안을 만들고 국회의원실과 논의해서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해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기 위한 활동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는 시민들에게 이슈화하기 위해 카드뉴스도 만들고, 입법 발의를 국회에 요구하기 위한 온라인 서명도 페이지를 만들었다.

단기간 내에 만들어질 수 있는 법은 아니지만 이번 국회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치약 문제도 그렇고, 소비자들 사이에 기업의 제품 개발에 문제가 많은데 기업들이 충분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의식들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그런 이슈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를 대선 공약으로 만드는 차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 법안 초안을 보면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주는 불법행위를 억제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굳이 생명이나 신체 피해로 국한할 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불법행위에 대해 다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솔직히 현재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실제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어려울 거라는 고민도 있었다. 
  
재산 피해는 회복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아이들에게 10억 원을 배상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는다. 폐 손상 등 신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경우도 아무리 많은 배상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의 무너진 삶이 복구되지는 않는다. 징벌적 배상제는 초점이 배상 자체보다 그런 행위의 억제에 있다. 생명과 신체의 피해만큼은 막아야 하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킨 행위만큼은 강한 억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 참여연대는 징벌적 배상 법률안을 만들면서 배상금의 분리귀속에 대해 논의했다. 배상액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귀속시키거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적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내용인가.
 
미국 같은 경우 몇몇 주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 커피 때문에 피해를 입은 할머니가 소송을 제기해서 몇 십억 원을 받았다고 하자. 피해에 비해 너무 과도한 보상을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미국에서 있었다. 그러면 배상액의 일부를 주정부 재정에 기부하거나 기금으로 설치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 사업의 목적은 주마나 조금씩 다르다. 불법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 
  
상한 없는 배상을 주장할 때 그 많은 배상액을 한 명에게 모두 귀속시킬 것인가 고민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슷한 피해를 입은 다른 소비자들이 항상 모든 소송에서 그만큼의 배상액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형평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 한 사람이 많은 걸 다 가지고 가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징벌적 배상액은 애초에 자기의 피해를 넘는 금액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예를 들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같은 경우, 옥시는 일정한 배상액을 인정하려고 한다. 독성이 가장 높아서 치사율이 가장 높았던 ‘세퓨’의 버터플라이이펙트는 망했다.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은 배상을 받을 길이 없다. 불법행위 피해자가 항상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과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런 경우의 불법 행위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 구제 등 기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습기 특위에서 일부 기업들이 피해 구제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청문회에 나와서 말하기는 했다. 징벌적 배상액이 인정됐을 때 일부는 당연히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에게 귀속되겠지만 일부는 사회적 의미를 갖는 쪽으로 활용되는 게 맞지 않을까 봤다. 더 많은 피해자들이 더 효과적으로 구제될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고민한 것이다. 
  
또 불법행위를 항상 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정부의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배상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 이것을 정부 재정으로 귀속하는 게 타당하냐는 내부 고민들도 있었다. 법리적인 문제이지만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청구해서 원고가 배상받은 금액을 무슨 근거로 징수하느냐는 고민들도 있었다.
  
같은 종류의 불법행위로 피해 배상이 확정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이 골고루 분배될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차원이다. 그래서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서 손해배상이 확정된 피해자들 사이에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대법원이 배상액을 공탁 받아서 분배하는 규정을 뒀다. 하지만 이 규정이 기존에 없던 방식을 도입한 거라서 국회 입법처에서도 약간 당혹스러워할 것이라고 본다. 국회에서 진짜 논의가 시작되면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원고 한 명에게 많은 배상액을 다 귀속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고, 그것에 대한 반론으로 한 사람에게 다 귀속시키지 말고 피해자들 사이에 최대한 골고루 분배되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조항들을 두게 됐다. 징벌적 배상제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징벌적 배상제는 굉장히 사회적인 법안이다. 개개인의 피해만 보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이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 배상액도 사회적 차원에서 더 유용하고 바람직하게 활용되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현재 청원안에는 분리 귀속으로 돼 있지 않다. 배상액의 100분의 50은 원고에게 다 귀속시키고, 나머지 50은 다른 피해자들이 있고 다른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법원에서 확정됐을 때 그 피해자들에게 법원이 분배한다는 정도로 했다. 청원안이라 공청회 후 반론들도 있었다. 의원실과 논의해서 내용을 조금 더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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