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피해자 위해 배상액 50% 공탁, 피해조사 돕기 위해 재산조회 확대 등 포함”
“대형마트도 판매 안전의무 부과, 애경은 피해자들과 협상해 더 무거운 책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기업들이 이윤 추구에 몰두해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비판하며, 징벌적 배상제로 스스로 조심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 입법을 준비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들이 지나치게 이윤추구에만 몰두해 사람 생명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징벌적 배상제로 기업들 스스로 조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일요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 준비 중인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는 피해 조사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법원이 인정하면 집행 권한이 없어도 재산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었다”며 “1명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추가 피해자를 위해 50%를 공탁하는 내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3배나 5배 등 다양한 형태의 징벌적 배상제가 발의됐는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에서 어느 법안을 당론 입법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당 정책위에서 제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를 입법 발의하겠다고 하면 나는 굳이 발의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법안 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대형마트가 정부와 제조사가 안전하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다”며 “국내에서는 애경의 경우 소송으로 가면 현재 제도의 한계로 제대로 배상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과 협상해 더 무거운 책임을 지는 식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주민 의원의 인터뷰 전문이다.>

참여연대가 고의나 중과실로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입힌 불법행위의 징벌배상액에 법적 상한을 두지 않는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청원했다. 

- 최근 기업들이 이윤을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호 참사도 그런 인식과 문화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사전에 모두 관리‧감독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 잘 안 되지 않았다. 정부의 감독기관과 유착되기도 하고 능력 부족이나 업무 폭주로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 기업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로만 하면 그런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조심하게 하려면 기존에 있는 3배나 5배의 징벌적 배상제가 아니라 제한 없는 배상 책임 입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준비 중인 징벌적 배상 법률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 지금 준비 중인 법안의 특징은 고의적 중대과실로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 상한을 두지 않는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게 핵심이다. 다른 분들이 발의한 징벌적 배상제도와 차이를 갖고 있는 부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용할 때 배상액 산정에 필요한 증거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 경우 도와주기 위해 법원이 인정하는 한에는 집행 권한이 없어도 재산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어뒀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발생하는 배상액을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다 가져가는 것도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제가 없어서 미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다른 피해자들은 나중에 배상을 받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징벌적 배상액의 50% 정도를 공탁해주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를 했는데 징벌의 의미로 1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했다면 100억 원을 소수의 원고가 다 갖는 게 아니다. 원고와 동종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면 피해자 1명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사람만 100억 원의 보상을 받으면 안 된다. 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나중에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50%를 공탁하라는 것이다.  

해당 법률안은 의견 수렴 중이라고 알고 있다. 

- 공청회를 한 번 했다. 그때 많은 얘기들이 나왔다. 공탁제도가 맞느냐, 맞는다고 해도 50%까지 해야 하느냐, 어느 정도 해야 하느냐 이견도 많았다.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기업의 수익을 고려해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이 있었다. 그런 내용들을 담으려고 준비 중이다.

제한 없는 손해배상제를 당론 법안으로 만드는 건 힘들 수도 있다. 다른 의원들은 3배나 5배 배상액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당에는 정책위가 있다. 정책위 소속 의원 중 한 명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자 대변인인 금태섭 의원에게 당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법안을 하나 만들라고 요구할 수 있다. 금태섭 의원이 생각하고 있는 법안이 지금 이 법안과 내용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 청원을 한 참여연대 입장에서는 금태섭 의원을 계속 설득해서, 그리고 금태섭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서 당론 법안으로 제한 없는 손해배상제 내용을 담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발의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이 법안은 따로 발의할 것이다. 그 시기를 보고 있다. 금태섭 의원을 중심으로 정책위 쪽에서 어떻게 풀리는지도 보는 것이다. 만약에서 거기에서 제한 없는 징벌적 배상제를 입법 발의하겠다고 하면 내가 굳이 발의할 필요는 없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사건에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동일 성분 포함 치약 판매사건으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윤리나 한계를 지키지 않는다. 이 사건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 살균, 균을 죽인다는 건 해당 물질이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 때 철저히 안전성 테스트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만들어서 판매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사건에 대해 옥시 영국 본사 측이 공식 사과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품을 판매한 대형마트의 책임 논란도 있다. 

-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옥시뿐만 아니라 문제의 제품을 판매한 대형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했을 것이다. 제때 문제의 제품이 퇴출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대형마트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애초에 대형마트가 물건을 들여올 때 물건의 안전성에 대해 전혀 판단할 의무가 없는 것인지, 스크린할 의무가 전혀 없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했고 제조사도 안전하다고 했으니 유통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대형마트 정도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사건에는 국내 기업인 애경도 포함돼 있다. 

- 국내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제품이 판매되는 과정에 대해 애경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정부가 적절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두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애경의 경우에 소송으로 가면 인과관계 입증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현재 배상체계에서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충분히 보전할 만한 배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출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경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스스로 지라고 해야 한다. 현재 체제에서는 소송으로 하면 제대로 배상이 되지 않으니까 피해자들과의 협상으로 기업 차원에서 더 무거운 책임을 지는 식으로 얘기가 진행되면 좋겠다. 정부도 이 제품을 판매하는 데 사전에 통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고 피해 배상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

<2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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