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방향 일관되지 않아 단기적 대응에 급급해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산업구조 전체를 개혁해야"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정부가 장기적으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자꾸 내려가지 못하게 중간 중간 규제를 하고 있다. 불명확한 정책 방향의 한 단면인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난 달 30일 <일요경제>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현재 단기적 정책 내놓기에 급급한 정부의 가계부채 대응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돈을 빌리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소장은 “돈은 돌아야 돈이다”며 “취약계층까지 일률적으로 다뤄 규제를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취약계층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야 가계부채 문제를 정확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 소장의 의견이다. 그는 “취약계층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만들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향을 잡아선 안 되고, 이들이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에 관해 정 소장은 기본소득과 같은 철저하고도 근본적인 사회 안전망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 북유럽에서 조선업이 한국, 일본에 밀리던 때가 있었다”며 “그때 북유럽 정부가 한 일은 보조금을 지원해 조선업을 살리려고 한 게 아니라 기업은 도산하게 두고 노동자들만 재교육을 시켜서 다른 사업에 종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요경제가 정창수 소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 한도 1억 원 축소, 주택담보 대출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강화 등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저금리 주택구입과 자금대출 규제 강화가 가계부채를 줄이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나.

1차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은 주택을 담보로 빚내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겐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최초주택구입자라든가 소형 평수의 전세를 탈피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효과를 발휘한다. 현재 부동산 수요자들이 정말 누구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정부의 대책이 효과는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다주택자들, 이미 자본이 넉넉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수의 대책이라고 본다.

차라리 세금을 조금 올려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부담을 강화시키는 방식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부동산 대책과 복지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했을 땐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계부채는 집을 구입하기 위해 부담하는 것도 있지만, 전세자금 인상과 각종 생활비용 인상 문제가 혼합돼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 자금 때문에 부채를 지는 경우가 많다. 통계를 보면 갚을 돈이 더 많은 한계가구가 158만가구라고 한다. 지금 소득으로는 빚과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집을 사는 건 고사하고 지금 생활을 유지하는 게 힘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활자금 측면도 고려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소득층과 다가구주택 보유자들로부터 거래세, 보유세 등을 걷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생활자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도 긴급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강남 지역 재건축발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 현상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8·25 가계부채 관리대책 이후 정부 스스로가 일관성 없는 정책을 연달아 내놓은 탓에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는 지금 정부가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 정책방향이 부동산 안정인지, 가격 폭락 방지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 다른 문제로는 현재 정부는 기획능력도 부족하다. 부서마다 다른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국토부는 당연히 저지하려고 하고, 재정부도 통제하려고 하지만 그 기능이 제한돼 있어 문제 돌파가 어렵다.

정책 방향이 모호하고 정부의 기획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단기적 대응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오른다싶으면 규제정책 내놓고, 조금 내린다싶으면 걱정돼서 다시 또 올리기를 반복한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좋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장기적 계획 없이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내려가는 거고 올라가면 올라가는 거고, 정부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만 지원해주면 되는데 지금은 어떤 것도 아니다. 결국 절대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을 거라 맹신을 하는 사람이 생겨, 그 사람들이 투기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경제란 것이 원래 서서히 오르다 서서히 내려가는 게 아니라, 활활 타오르다가 한순간에 꺼져버린다. 일례로 미국 대공황 때 주가는 폭락하기 전날에 가장 높았다. 폭락과 폭등이란 거품을 막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정책방향이 분명하지 않고 단기적 대응에 집중하는 요즘 같은 상황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꼴이다.

- 규제를 풀었다 놓았다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게 정부가 연착륙을 꾀하는 나름의 큰 그림이 아닐까 하는데.

정부는 그렇게 얘기를 한다. 정부가 장기적으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자꾸 내려가지 못하게 중간 중간 규제를 하고 있다. 불명확한 정책 방향의 한 단면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예산이 120조 원이 넘었는데, 그중 18조 원이 주택예산이다. 우리는 주택을 복지로 분류하고 있다. OECD국가에서 주택을 복지 예산에 분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잘못된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다. 소수의 임대주택은 복지일 수 있지만 다른 나라는 그걸 경제정책으로 본다.

- 임대주택 외 주택 정책도 18조 원 주택예산에 포함되어 있나.

임대주택은 그 액수가 적다. 대부분은 전세자금 대출,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구매, 무이자 대단지 개발에 예산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부동산 업계가 투자를 잘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 부동산 산업은 억지로 하는 좀비산업이 된 것 같다.

-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것만이 최선책이라고 보나? 가계부채 억제 대책으로 인해 부작용도 우려되는데.

그렇진 않다. 돈은 돌아야 돈이다. 돈이 돌기 어렵게 만드는 게 최선책은 아니다.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이런 제도들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이자 부담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규제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너무 일률적으로 규제를 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취약계층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야 해결된다. 취약계층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만들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향을 잡아선 안 되고, 이들이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근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이 너무 적다는 거다.

공공임대가 전체 시장을 지배할 순 없다. 그러나 20~30%는 돼 줘야 취약계층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시장 안에서 안정 기능을 수행해 폭등이나 거품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보금자리론, 행복주택 등의 정책은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 그동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 빚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기업 대출 통계에 잡혀 가계부채로 집계되진 않지만 실제 가계 빚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 경제에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원래 있었던 문제였는데 통계를 이제야 구분하다보니 새삼 깨닫게 된 거다. 사실 지금의 자영업자들이 기업이라 볼 수 있는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 개인, 가정업자라고 볼 수 있다. 뾰족한 대안이 없이 내몰린 사람들이다. 자영업자 지나치게 많다고 얘기는 하는데 문제의 원인은 대기업 집중 현상 때문에 이들이 갈 곳이 없어 자영업을 하게 됐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생계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 이들은 생활자금으로 대출은 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현금거래가 없어졌다. 작년도 우리나라 현금거래가 4.5%에 그친다. 지하경제 많다고 하지만 11%정도다. 김종회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지하경제 규모가 약 111조 원으로 전체의 10% 정도다. 이 사실이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한 이유가 생각보다 적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맨날 ‘지하경제 엄청나게 많다, 탈세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금 못 내겠다’ 하는데, 10%라니까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통계에도 불구하고 고착된 ‘지하경제가 문제다’란 생각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역설적으로 더 발붙일 곳이 없게 됐다. 물론 자영업자들에게 면세 혜택이 많이 가고는 있지만 현금 거래 자체가 줄어 내수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문제다.

자영업자 부채문제를 접근하려거든 산업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은 복지냐 투자냐 하는 상황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에선 실업급여를 주는데 2년씩 준다. 이 실업급여는 생활을 보조해준다는 명목이 아니라, 실업자가 다시 직장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전제하고 새로운 직업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2년을 준다. 그게 바로 우리가 택해야 할 과감한 정부 주도 해결이다. 가난한 사람 위주로 도와주는 시혜적 복지는 해법이 아니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가 이젠 평균 5년 밖에 근무를 안 한다. 현재 자영업자들한테 마치 농민들한테 빚 늘려 농업 유지하라는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산업구조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자영업자부채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또 소득분위에 따른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이렇게 투 트랙으로 가야된다.

- 기본소득 국민투표를 했던 스위스는 고용에 관한 구조가 무너졌던 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복지정책이 도입된 건가.

아니다. 성장을 해도 고용이 감소하는 시점에 왔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용주에게 억지로 사람들을 채용하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채용에 관한 것은 시장원리대로 기업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과거 북유럽에서 조선업이 한국, 일본에 밀리던 때가 있었다. 그때 그들이 한 일은 보조금을 지원해 조선업을 살리려고 한 게 아니라 기업은 도산하게 두고 노동자들만 재교육을 시켜서 다른 사업에 종사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길+>

<2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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