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 인수...종합주류사 도약 포석인가

신세계가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기존 와인과 맥주 등을 기반으로 종합주류회사로 도약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SSM, 주류업 확대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기 하남 스타필드 오픈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일요경제=손정호 기자] 신세계그룹이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인수해 종합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맥주와 와인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유통과 식품업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의하면, 지난달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는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70억 원에 인수하는 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푸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46.10%를 보유한 이마트인데, 이마트의 최대주주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8.22%)과 정용진 부회장(9.83%)이다. 신세계푸드는 정용진 부회장 등 신세계그룹 총수일가의 직접적 지배관계에 있다.

신세계푸드의 생수사업 진입을 신세계그룹의 종합주류회사 포석으로 보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생수 제조시설을 갖출 경우 약간의 시설과 제품 R&D로 주류 생산을 할 수 있으며, 생수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주류사업과 시너지 효과 발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2010년 미국의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인 ‘피지워터(FIJI Water)’의 국내 공급권을 확보한 신세계는 생수 수입에 이어 제조를 통해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건강한 식생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세에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연평균 11% 성장률을 보이며 작년 7000억 원으로 시장이 커졌으며,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생수를 제조하게 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보유 유통망을 통해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거나, PB 제품 증가 추세에 따라 PB 생수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현재 시장 1위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조하고 광동제약이 국내 판매권을 갖고 있는 ‘제주 삼다수’이고, 이어 농심 ‘백두산 백산수’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등이 2‧3위 경쟁을 하고 있다. PB 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롯데칠성음료의 생수 시장점유율은 2위로, 신세계푸드도 다종 브랜드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생수 제조업을 통해 그동안 꾸준히 확대해온 음료 및 주류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소주제조업체인 ‘제주소주’와 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제주소주는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수시장 1위 브랜드가 ‘제주 삼다수’인 것을 감안하면, 인수시 생수와 음료, 주류 등에서 부가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 부회장은 미국 유학시절 즐겨마시던 스타벅스를 1997년 합작사 스타벅스코리아로 국내 도입해 올해 매출 1조원대가 전망되고 있다.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2008년에는 와인 수입‧유통업체인 신세계L&B를 설립했으며, 2014년 말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오픈했다. 작년 말 신세계푸드는 건강음료 업체인 스무디킹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화했다.

◇ 문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슈퍼마켓협동조합 및 관련업계 비판 목소리도

신세계그룹이 제이원을 인수하면서 생수와 주류, 음료 등 관련사업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주로 유통과 식품사업을 하고 있는데, 두 업종 모두 서민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대기업 진입을 자제하는 조치와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3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대형마트가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당연히 가져야할 상생의지를 갖기는커녕 국정이 혼란스러운 틈을 이용해 골목상권에 무차별한 진입을 시도해 생활경제와 지역상권, 골목상인 초토화를 획책하고 있다”며 “10월 30일 ‘위드미’ 편의점 체인을 3년 내 5000개 이상 오픈할 것을 밝힌 신세계는 재벌기업의 뻔한 속내와 돈벌이만 생각한 꼼수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골목상권 침해논란은 맥주와 와인 등 주류사업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14년 수제 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 1호점을 반포 센트럴시티점에 론칭한 후 올해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와 경기 하남 유니온스퀘어에 2‧3호점을 오픈했다. 

‘데블스도어’는 매장 안에 제조설비를 갖추고 20여 종의 맥주를 판매하는데, 정 부회장이 직접 매장 콘셉트와 메뉴 등까지 챙기는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에서는 사업 초기 맛 검증만 한다고 했던 ‘데블스도어’가 확장하면서 프랜차이즈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9년 와인사업을 시작한 신세계L&B는 당시 마진 최소화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계획이라는 입장이었다. 이 회사의 와인전문매장인 ‘와인앤모어’는 파주점과 여주점에 이어 올해 서울 한남동에 3호점을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와인앤모어’가 국내 최대 주류 종합백화점으로 업계 3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L&B의 내부거래비율은 2013년 89%(매출 265억 원), 2014년 92%(매출 346억 원), 작년 87%(매출 426억 원) 등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세계그룹을 비롯해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골목상권이 침해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로 경쟁이 이뤄져야 가격이 다운되는 과정이 있고 소비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소비자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련기관이 나서서 규제하고 공정경쟁이 이뤄지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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