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사장의 일성신약 대표 압력, 전경련 부회장-미래전략실 사장 담합 등 새 정황증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에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삼성그룹과 사전에 담합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 사장이 일성신약 대표를 만나 합병 찬성 압력을 행사하고, 전경련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말 맞추기 등 새로운 정황증거들이 확인됐다는 것.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참고인들에게 질의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6일 재벌총수 청문회에서 새롭게 확인된 사실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인 작년 7월 9일 삼성물산 사장이 일성신약 대표를 찾아와 ‘국민연금이 이 합병에 찬성을 할 거니까 당신네들도 찬성해 달라’라는 압력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과 검찰 출두 전 63빌딩에서 조찬을 하며 말을 맞췄다는 것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있었던 작년 5월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국민연금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한 점 등을 꼽았다. 

그는 담합 내지 협의가 상당히 깊숙하게 있었다는 걸 밝혀주는 정황증거들이라며, 국민연금은 2000만 명 가입자들의 노후자금인데 이 노후자금까지 동원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확보에 활용했다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자신의 승계와 무관하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그 답변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0.57%밖에 갖고 있지 않았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상당히 비싸다”며 “비싼 값에 이 주식을 사들여서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기 힘드니까 삼성으로서는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세금 없이 전달해줄 수 있는 이런 편법과 불법을 지금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어제 답변 중에 ‘청와대가 여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압력과 강요가 있었다’는 답변이 있었다”며 “그 압력과 강요만으로도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특검이 이 부분을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 잘 만나서 대통령이 된 분으로, 리더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됐다”며 “어제 청문회에 나오셨던 재벌 회장들도 대부분 다 아버지를 잘 만나서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나온 분들인데 경영능력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끌고 가니까 정경유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한국을 이끌고 있는 30대 재벌기업은 마치 조선왕조시대에 왕위 계승하듯 세습자본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 세습자본주의의 한계점에 한국 경제가 이르러서 21세기 제4차 산업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이제부터 경영능력이 입증된 회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을 예로 들면서 후계자들이 사관학교 등에 입학해 강한 정신력을 기르고 혼자 힘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등 스스로 경영능력 입증을 보여주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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