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리스크 해소.갤노트7 원인규명 실패 시 “저보다 더 뛰어난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말 현실이 될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 사태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 의혹 등 잇단 악재에 휩싸이면서 지난 10월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졌다.

6일 재벌총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과 최순실 씨 모녀에게 지원한 돈의 경위와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대가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동문서답 답변과 책임회피성 발언에 국회의원들은 한국 최고의 기업을 이끌어 갈 CEO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날 청문회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AP통신은 “삼성의 억만장자 후계자에게 최악의 날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 안팎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한 언론보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31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아버지 뛰어넘으려는 조급증, 화 부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는 무슨 이유에선지 현재 인터넷상에서 삭제된 상태다.

해당 기사는 삼성전자 A 임원의 얘기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중반 삼성 본사 34층 집무실에서 이 부회장은 A 임원으로부터 ‘사업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라고 대뜸 물었고, A 임원은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어떻게 할 건가요”라고 질문이 재차 이어졌다는 것.

당시 A 임원은 당황한 채 말을 잊지 못했고, 이 부회장은 A 임원을 빤히 쳐다보며 “뛰어 내리세요”라고 말했다는 게 <동아일보> 기사의 요지다.

해당 기사는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태도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집중하다보니 조직은 얼어붙게 되고 문제가 생기면 남 탓만 하는 풍조를 만든다. 당연히 건전한 소통이 자리 잡을 여지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직 분위기가 갤노트7 단종 사태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삼성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삼성은 연말 사장단 등 대규모 임원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자신의 체제 완비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도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정경유착 리스크를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것. 다음으로 삼성전자를 수렁의 늪에 빠뜨린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의 철저한 원인규명이다.

이 두 가지 사안 중 하나라도 삐걱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치명타를 맞게 될 수 있다.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은 “저보다 더 뛰어난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