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삼성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 국민연금 운용‧이씨 일가 2대주주 조력이 합리적”
재벌구속특위 주최 ‘재벌총수 왜 반드시 처벌이 필요한가’ 토론회서 주장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재벌특위 토론회에서 재벌총수의 사법처리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재무분석 결과 무관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검사에 소환된 가운데, 재벌총수 처벌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재무지표 분석 결과 무관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의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장기적 관점에서 나서고, 이씨 일가가 2대 주주로 조력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분석은 12일 박근혜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주최한 ‘재벌총수 왜 반드시 처벌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나온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각에서 재벌총수를 사법처리하면 나라가 결단난다고 한다”며 “우등생이 다리 좀 떨었다고 야단칠 필요가 있냐는 것인데, 다리를 떨며 국민의 재산 몇 천억원을 뺏은 것이고 국민들은 그런 행위를 하면 감옥에 간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삼성이 중요한 회사라서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논리가 있는데, 삼성의 재벌총수가 망해서 삼성이 망하지 않는다면 이 논리는 깨진다”며 “한화와 SK그룹은 재벌총수가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번 구속된 적이 있지만 삼성그룹은 그런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김영철 변호사가 2007년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 발행해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보유하며, 리움미술관을 통해 미술품을 불법 거래했다고 폭로했다”며 “검찰이 수사하다가 2008년 초 조준웅 특별검사가 삼성 스캔들을 수사했지만 ‘떡검’이라는 비판도 있었고 이건희 회장의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재판에서 이건희 회장은 배임과 조세포탈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며 “이후 이건희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으로 1명만을 위한 단독 사면을 받았고,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 차명계좌로 운영하던 삼성생명 주식을 대거 이건희 회장 명의로 실명 전환해 삼성생명 지배권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 처리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해 대기업의 경영악화의 매개로 작용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기 위해 2007년 10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삼성그룹 스캔들 처리 과정이 삼성전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건희 회장이 사면을 받기까지를 dummy1, 조준웅 특별검사가 출범하고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기 까지를 dummy2, 이건희 회장이 기소되고 배임으로 집행유예 선고 까지를 dummy3, 이건희 회장이 배임죄 선고를 받고 단독 특별사면을 받기까지를 dummy4로 분류했다. 

이 네 개의 기간과 비교대상인 기본형 기간의 ROA(총자산 이익률)과 ROE(자기자본 이익률),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매출액 등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것인데, 전 교수는 삼성전자의 재무적 성과를 통제하는 다른 변수들이 있는 상화에서 삼성 스캔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 사면 등 사건이 삼성전자의 재무적 성과와 통계적으로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가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없다”며 “다른 재벌의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없더라고 당해 재벌기업의 경영에 일정 정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국민경제 전체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재벌총수가 구속되면 회사가 망가지고 그 회사가 망가지면 국가 경제가 망가진다고 앤드(and)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재벌총수가 구속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건 성립되지 않는 명제이므로, 현재 특검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한지원 “삼성 단일 최대주주 국민연금, 국민연금 운용‧이씨 일가 2대주주 조력 합리적”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단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삼성전자 등 경영권 방어를 원하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경영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이씨 일가가 2대 주주로 조력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사회진보연대 부설인 노동자운동연구소의 한지원 연구실장은 “삼성그룹의 매출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보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가 매출의 5% 수준”이라며 “시너지를 위한 기업 간 협조 대부분이 삼성전자가 해외생산과 판매, 서비스 등을 위해 직접 세운 종속회사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내부 시너지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의지를 그룹 계열사에 전달해 임원 인사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역할과 이런 방식의 제왕적 총수 경영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실장은 “삼성이 최근 계열사 시너지 효과로 주장하는 헬스케어의 경우 삼성의료원 의료, 삼성SDS 원격의료플랫폼, 삼성전자 사물인터넷과 전자칩 기술, 삼성바이오로직스 맞춤형 의약품 생산, 삼성생명 보험으로 보건의료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쟁폐허에서 산업을 일구던 예전과 달리 각각의 분야에 기업들이 이미 존재해 삼성이 모든 걸 다 할 필요가 없고, 굳이 다하겠다는 건 독식과 독점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한 실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시너지 효과가 없으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은 상사와 건설, 패션, 리조트, 식품 유통, 바이오인데, 작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6개 사업부간 매출이 거의 없고 공통점도 거의 없다는 것.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건설부문 통합은 유의미한데, 모직의 건설산업 매출이 1조6000억 원으로 삼성물산 매출의 8% 수준이라 두 기업의 통합 이유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초국적 투자자본으로부터 삼성을 지켜서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경영권 공격 등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하지만 그 방법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만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적인 삼성전자 지분은 1%도 되지 않는다”며 “합법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면 4%, 합병된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보 가능한 우호 지분 4.2%가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7.8% 지분은 금융지주사 체제가 되면 삼성물산 지분 수준에 따라 정리가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면 직접적 지분 4% 내외, 계열사 우호 지분 4~9%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등 7개 계열사에서 5%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 삼성전자 단일 최대주주”라며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지분을 다 합한 것보다 2배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이재용 부회장 일가를 대신해 삼성전자를 경영하고 이씨 일가가 2대 주주로 경영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게 이상한 얘기가 아니라며, 국민연금이 앞장서고 이씨 일가가 조력하면 엘리엇 등 투기자본의 삼성전자 경영권 공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경영에 나서는 게 주주로 배당과 주식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것보다 손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에 의존하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라고 전했다.

한 실장은 “국민연금은 현재 140조원을 해외 채권과 주식,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를 삼성 지분 매입으로 돌리면 엘리엇이나 이씨 일가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경제 이해를 중심으로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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