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산재 불승인, 삼성전자 재판서 자료 은폐...보상위 합의금 후 병세 악화”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 암 사망률, 우리나라 일반인과 같거나 낮은 수준”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했던 고 김기철 씨가 79번째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진=반올림 제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중 79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올림은 10년째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처벌을 촉구했다.

16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 씨가 14일 새벽 4시 48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85년생인 고인은 만 31살로,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LCD 직업병 피해자 중 79번 째 사망, 백혈병 32번째 사망자다.

반올림은 고인이 2006년 11월 30일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크린팩토메이션에 입사한 후 계속 삼성전자 화성공장 15라인에서 근무했으며, 15라인은 수백 종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은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OHT, STK)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 설비들은 15라인 곳곳에 퍼져 있어서 확산과 포토, 식각, 증착, 이온주입 등 웨이퍼 가공 공정에 속하는 세부공정 사이를 수시로 이동해야 했다는 것. 

전리방사선 노출이 알려진 이온주입 공정과 벤젠 등 발암물질 노출이 알려진 포토 공정이 있었는데, 작업환경 측정자료에 따르면 설비 세척용제로 메탄올을 사용했다는 게 반올림의 주장이다. 

아울러 반올림은 고인이 유해인자들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고인의 업무 중단 후인 2013년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 의해 무려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인이 입사 전 매우 건강했고 백혈병과 관련된 병력과 가족력이 없었지만 입사 6년만인 2012년 9월경 혈액이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고인을 진단했던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고인의 업무내용을 듣고 진단서에 ‘질병과 직업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올림은 고인이 2012년 10월 16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했지만, 공단이 고인의 업무환경을 평가할 때 회사 제출 자료에 의존했고 설비고장과 가스누출 등 일시적이나마 유해물질의 고농도 노출이 가능한 상황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꼬집었다. 공단은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반올림 관계자는 “고인이 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삼성전자와 고용부의 노골적인 자료 은폐가 있었다”며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고인의 업무환경 자료를 요청하자 1년6개월 이상 답변하지 않았고, 재판부가 독촉 후 문서제출 명령을 발하자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등의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2015년 9월 조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해결 약속을 파기하고 자체 보상절차를 강행하며 기한을 12월로 못 박아 보상위원회 신청을 했다”며 “가족들은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합의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고인의 백혈병이 재발돼 경제적 부담이 더 커졌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직업병 문제에 대해 2008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근로자의 암 사망률은 우리나라 일반인 대비 0.74, 암 발병률은 남자 0.86, 여자 0.97로 일반인과 같거나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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