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e삼성‧갤럭시노트7 실패 경영능력 미입증...전자 지분 0.59%로 100% 지배 잘못”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 대륙 국가들은 노동이사제를 통해서 경영을 노조와 공동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 위기가 아니라면 일방적 해고가 불가능해요. 하지만 삼성은 그런 길을 포기했고, 법으로 강제하기 전에 삼성이 노동이사제 같은 제도를 수용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조돈문 교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에서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2일 조장희 부지회장의 5년8개월만의 복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삼성의 또 다른 큰 변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에 대해서는 과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한 후 이름만 바꿨다며, 미래전략실 해체가 조금 빨리 진행됐을 수는 있지만 지주사 전환 계획에 포함된 것이라서 삼성의 개과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e삼성과 갤럭시노트7 실패 문제를 꼽으면서 총수로서 경영능력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며, 지금도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경영하고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0.59%로 삼성전자에 대해 100% 경영권을 행사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 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유럽 대륙식 시장조정경제가 아니라 영미식 자유시장경제로 길을 든 게 잘못이라며, 유렵 대륙식 시장조정경제에서는 주주뿐만 아니라 노조, 채권단, 지역사회 등 모든 요소들이 모두 기업 지배구조 속에 포함돼 주주 중심의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조돈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노동자는 경제와 기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이사제나 사업장협의회 등 노동자 경영 참여를 법률 제도적으로 인정해 경영과 사회 혼란을 줄이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노동이사제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독일이나 스웨덴에서 노동이사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독일보다는 스웨덴이 훨씬 더 포괄적으로 하고 있다. 독일은 노무 관련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스웨덴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전반에 노조가 참여한다. 실질적으로 노동자 경영 참여의 핵심은 공동 결정이다. 기업 운영에 중요한 사안이면 노조와 공동으로 결정하는 게 핵심이다. 노동이사제가 하는 가장 큰 기능은 정보를 공유하는 메커니즘이다.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위기일 때 노조가 고통 분담을 할 수 있다. 또 한국처럼 기업이 전혀 위기도 아닌데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까 윈윈게임을 할 수 있는데, 삼성은 그 길을 포기한 것이다. 노조에 대해 아직까지는 일방적인 계급지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게 잘 되고 있으니까 그렇게 가는 것이다. 만약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제대로 잘 된다면 현재와 같은 방식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 법이 노동이사제나 공동의사결정제를 강제화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이것을 자발적으로 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되지 않으면 삼성의 노동자이사제나 노조 경영 참여 등의 경영방식은 상상할 수 없다.   

- 유럽 국가들은 노동이사제 등을 통해 파업 등 노사 갈등이 많지 않지만, 한국은 현대 등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사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선진화된 노사 문화,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 노조를 인정하고 법을 지켜야 한다. 헌법에서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에 나와 있는 부분들을 준수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도 나온다. 노조 결성 시도가 있으면, 어용노조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만들어진 민주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어용 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그대로 하고 있다. 삼성이 정상적인 기업, 노조관계를 하려면 어용노조를 없애면 된다. 민주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을 보장해주고 민주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것인데, 삼성은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 

에버랜드 조장희 부지회장의 5년8개월만의 복직에 대해 조돈문 교수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에 이점이 있어서 고수해왔다며, 노조를 잠재적 고발자로 봐 두려워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근 구속됐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과 사장단회의를 폐지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기능을 했던 조직이 해체됐다가 이름만 변경한 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 적이 있다. 이번 조치를 어떻게 보나.

▲ 별로 의미 없는 조치라고 본다. 구조조정본부도 2004년 8월 이건희 회장이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없앤다고 했다가 없어졌고, 그랬다가 다시 살아났다. 지금은 미래전략실을 없앴다. 그런데 미래전략실이 지금 남아있다고 해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삼성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미래전략실은 필요가 없다. 지주사가 그 기능을 할 것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전제 하에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없애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삼성생명도 금융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 쪽 비금융 계열사들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순서상으로는 미래전략실 해체가 조금 빨리 진행됐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게 삼성의 개과천선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 

-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삼성전자는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완료했다. 앞으로 삼성이 어떻게 경영되는 게 기업과 국민 경제 모두에 바람직하다고 보나. 

▲ 법질서를 지키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능력이 없다고 본다. 2000년대에 e삼성으로 IT 쪽으로 기업집단을 만들어주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이 있는 것처럼 리허설을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e삼성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능력이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입증해본 적이 없다. 삼성전자 작동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겠나.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결함으로 사고를 일으킨 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조급증이 있었다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이 있고 이건희 회장 이후에 삼성을 책임질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조기 출시를 서두른 것이다. 그런데 그게 대재앙을 불러왔다. 그러면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능력이 없고 지분도 삼성전자의 0.59%밖에 안 된다. 그러면 0.59%의 지분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그 지분에 대해서 배당을 가져가고, 낼 세금을 다 내면 시비를 걸 사람이 없다. 0.59%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삼성전자의 지배 경영권 100%를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기업 규모도 너무 커졌다. 경험도 없고 전문적인 식견도 없는 사람이 총괄하기에는 기업 규모가 너무 커졌다. 그래서 지금도 전문경영인들이 각 분야별로 맡아서 실질적인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금이나 인력 등 측면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총수일가를 위해서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데 동원돼야 했기 때문에, 그 전문경영인들이 그런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까지 책임을 지고 관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을 뒀던 것이고, 이재용 부회장이 총수로서 미래전략실을 총괄했던 것인데 이제는 그런 조직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 총수일가는 물러나고 전문경영인들에게 기업을 맡기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면 삼성의 여러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될 것이다. 

- 이상적인 한국 노조 문화를 위해 기업과 노조에 가장 당부하고 싶으신 것은 무엇인가.

▲ 삼성에 있는 노조는 열심히 활동하면 되고,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하면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일가가 태초부터 친노동적으로 태어나서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을 하는 게 아니다. 법이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고 노조가 힘이 있으니까 노조를 인정하는 것인데, 삼성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법질서를 지키고 노조를 상생 파트너로 인정해서 정상적으로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노사관계는 자연스럽게 다 잘 풀리고 상생의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정경유착과 국정농단 문제로 헌재에 의해 최종 탄핵된 후 구속됐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 불법을 저질렀으면 죄 값을 치르면 된다.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검찰도 6개월 전과 지금이 다른데, 똑같은 인력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개과천선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똑같은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추종하고 권력의 향방에 따라서 눈치를 본다. 검찰은 권력에 아주 잘 길들여진 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소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 여론이 과거와는 다른 것이다. 여론과 타협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국회에서 80%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됐고,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안이 인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사법부와 검찰이 보이는 태도 변화는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잘못한 게 있으면 그 죄 값을 치러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 최순실 게이트로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와 시장경제 차원의 문제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개별 의사결정 주체들은 개별 기업들이지만, 그것을 관장하는 게임의 룰이 있다. 그것은 시장경제 모델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때부터 우리나라의 시장경제 모델은 영미식인 자유시장모델로 가져갔다. 기업들도 과거 형태를 버릴 필요가 없었다.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했던 것도 그렇고, 최대로 이윤을 많이 내고, 노동시장은 유연화하고 그렇게 유연화된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을 자의적으로 해고하거나 채용하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노동 조건도 기업 맘대로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많이 만들어준 것이다. 법이 제약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 법 체계에서 일정 정도 위반도 하면서 자본이 최대로 노동력을 활용하는데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럽형의 조정시장경제 모델로 갈 수 있었는데, 김대중 정부 때부터 영미형 자유시장모델로 방향을 잡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그것에 가속도를 덧붙여서 이미 영미형 모델로 더 나간 상태다. 그 방향 자체가 잘못됐던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계속 갔던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보면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신속하게 경제를 회복한 나라는 내수시장이 튼튼한 나라들이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독일 같은 나라들이다. 제3세계의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효율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내수시장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지중해형 모델 국가들을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나라들이 국제금융위기 때 심각하게 타격을 받은 이유는 내수시장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교훈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배웠는데, 우리나라는 배우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도리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온건한 신자유주의 정부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라는 극우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그러니 내수시장을 강화하는 것은 선거 때나 떠드는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추진하지 않은 것이다.

영미형이건 유럽형이건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있는 것은 모두 똑같다. 그런데 기업을 누구를 위해서 운영하느냐가 다르다. 영미식은 주주를 위해서 운영한다. 그러니까 최대한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주고 주가를 올리면 된다.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망가지더라도 주주들을 즐겁게 해주면 된다. 주주들은 그 기업이 망하기 전에 주식을 팔아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면 된다. 기업을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going concern’이라고 한다. 그 전제 자체는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going concern’, 계속기업이 아니라 먹튀처럼 되는 게 문제다. 주식을 사서 주주가 되고, 최대한 주가를 올려서 주식을 팔아서 매매 차익을 남긴다. 주식을 매매한 후에는 그 기업이 망하든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주주자본주의다. 

유렵 대륙형의 조정시장 경제모델은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다 존중해준다. 주주만 아니라 주주들도 들어오고 그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 노동자들, 그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 등 모든 것들이 그 기업의 지배구조 속에 들어온다. 그 모든 요소들이 함께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주주자본주의와는 다르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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