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먹고 살기위해 시간에 쫓겨 창업하다보니 거의 망한다" 지적

[일요경제=채혜린 기자] 일자리 창출은 나라의 중요한 문제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창업이 많이 장려되지만 24일 오후 2시에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위기의 400만 명퇴·은퇴 창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창업은 함부로 하면 안 되며 근본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이날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실(산업통상자원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이 토론회는 창업 경험자와 직·간접적인 경험을 한 금융·학계·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한국의 창업 관련 현실과 정책 등을 진단하고 좀 더 나은 대안을 제안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중소기업연구원  전인우 소상공인연구실센터장은 "(일부 자영업자들은) 임금노동자보다 소득이 낮다"며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선진국의 경우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더 높기 때문에 (자영업과 임금노동 중에서) 보통 선택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선택이 아니라 명예퇴직을 하고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이어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 창업에 관심을 가지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99년 이후로 실업률이 너무 높아졌다"고 전제하고 "중소기업청의 올해 예산이 2조1700억원인데 협동조합 등 (창업 관련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추진되고 있고 또한 과거에는 (창업 실패자들의) 재기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재기 관련 프로그램들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근 5년간의 정책을 평가했다.

사례발표자로 나선 최태호 (주)보비씨엔이 대표는 "저는 창업을 꿈꾼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단지 희귀병을 앓는 가족 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거의 모든 것에 도전을 했을 뿐"이라며 의도치 않게 창업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창업의 문제점은 먹고 살기위해서 시간에 쫓겨 창업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거의 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4050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공통점은 '경험이 많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IT와 요식업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그런 분야에서) 창업하느라 시간 낭비 등 착오가 많다"면서 "기존 잘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이익을 뺏어서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는 몇몇 창업 업체나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창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길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서두를 열며 "성공적인 창업은 가업을 잇는 것 혹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자기 분야에서 창업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에 주변을 넓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그것이 문제점"라고 지적하며 "자금 및 기술을 지원해줘서 기존 잘하고 있는 사람 옆에서 창업을 하게 돕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 이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에는 요식업의 경우 (창업자가) 만족도가 높다. 그 이유는 국가에서 창업을 억제하고 또 하기 전에 영업 마인드와 마케팅 및 세무 등의 일정한 교육 즉 훈련을 시킨다. 그런 이후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창업은 특히 첫 창업일수록 적은 자본으로 시작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기본적인 탄탄함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IBK경제연구소 서경란 중소기업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창업의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것은 기존의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못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자료집을 보면 기존 창업 정책이 연령 기준으로 시니어냐 청년이냐 이렇게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경험이 있는가, 숙련이 되어 있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한국 경제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2011년 휴대폰 사업을 정리하면서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던 직원들에게 1~2년 정도 (창업) 교육을 시켜서 내보냈다. 1500명이 수료했고 이후 창업을 했다. 노키아는 (직원들에게) 창업시 창업 지원금도 지원했다"며 국내 대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도 들며 "일본에서는 경험이 없는 청년에게 창업을 권하지 않는다. 왜냐면 실패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신 장년노년층에게 사회복지의 개념으로 창업을 권한다"고 전했다.

서 팀장은 또 "1인 창업보다 팀 창업, 공동창업을 해야 실패 확률이 적다"면서 "기존의 청년 창업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고 현장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4050들의 창업에도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창업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이라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창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소기업청에서만 창업 지원을 하지 말고 다른 부처에서도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의 변화도 필요하고 금융기관에서도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김수암 기획조정실장은 "창업 인구의 뒤에 있는 가족들까지 합하면 (창업으로 관련된 인구가) 1600만명이다. 이들의 소득수준이 (월) 200만원이 채 안되고 (더욱이) 50대 이후 창업은 정말 힘들다"고 열악한 창업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김 실장은 "(창업을 하고 싶지 않아도) 창업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소상공인 창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는 넉 달 동안 해보고 자신 없으면 (창업을) 접으면 되는데, 그 넉 달 동안의 생활비도 문제가 되더라"며 사례를 소개했다.

김 실장은 또 임대차 보호법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임대료를 올릴 때 건물의 시세가 변동이 없으면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이것은) 5년 동안 (창업해서 일)하고 쫓겨나는 우리의 경우와 비교된다"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창업) 교육에 문제가 있다. 고민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경우도 지역경제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키우기도 전에) 2년, 3년이면 자리를 옮긴다"며 개선이 필요성을 지적했다.

국민대학교 황보윤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창업을 하면 반 이상이 5년 안에 망한다. 사업을 실패하면 그 이후에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측면을 볼 때, 정부가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예를 들어) 최근 씨티은행이 지점을 줄이는데 물론 그 은행에서는 (문을 닫는 지점의) 직원들을 (다른 업무에)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는 국가한테 고객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가는 고객한테 최소한의 서비스(사회안전망)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대기업에 사업타당성 분석 등 지원을 하면서 개인기업, 소기업에는 왜 타당성 조사 지원을 하지 않는가"라며 "국가가 이들에게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처음 사업자를 등록한 (신규) 창업자들에게는 30분 정도의 (세무 관련)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며 "(창업자 중) 75%가 융자(창업자)다. 재창업자도 융자받는 비율이 크다. 융자받으면 3년 안에 반이 망한다. 세원을 내는 고객인데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기업들의 스마트화가 가속되고 있는데 여기서 줄어드는 인력을 어디로 흡수할 것인가"라며 "쏠림 업종을 분산해야 하고 과당경쟁이 없어야 한다"며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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