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초서도브스키 특별대담] '빈곤의 세계화, 그리고 대한민국'
"韓 외환위기, 경제 취약해서 발생한 게 아닌 서구 자본이 한국 자산 약탈한 것"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빈곤의 세계화'의 저자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는 지난 9일 국회에서 "빈곤의 세계화, 그리고 대한민국"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김종훈(울산 동구)·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이 이끄는 '미래 산업과 좋은 일자리 포럼'과 민주노총이 함께 주최했으며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김종훈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IMF와 세계은행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나라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IMF가 주문하는 구조조정의 내용은 임금을 깎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라며 "이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빈곤의 세계화를 가져온 중요한 이유이다"라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IMF가 요구한 구조조정을 따랐고 그 결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업 증가 등의 결과로 나타났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과거 민주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냉정하고 면밀히 평가해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의원실 제공

이어 미셸 교수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에 대해 "이는 한국경제가 취약해서 일어난 게 아니고 금융기관 투기자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셸 교수는 97년 통화시장에 대규모 투기 자본이 아시아에 불리적 상황을 만들었으며 이를 '금융전쟁' 행위였다고 규정했다.

특히 "당시 한국정부의 대응 및 행동은 몰락을 가속화했다"며 "56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투입됐으나 1달러도 한국으로 들어간 게 없고 부채상환 금액으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IMF는 한국에 특정 기업과 특정 금융자산의 이전까지 명시하는 등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구제금융 조치를 취했다는 것.

일례로 제일은행을 매입할 때  400만달러를 썼지만 미셸 교수는 (당시 가치를 고려했을 때) 500억달러를 투자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는 강도에 가까운 압박이었고 전례가 없다"고 했다. 

다만 "한국정부와 금융기관의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대담은 김 교수가 질문하고 미셸 교수가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하 두 사람의 일문일답.

- '빈곤'이란 무엇인가.

▲ 일반적으로 말했을 때 가계소득이 충분하지 못해서 의식주 해결이 안될 때 이를 빈곤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2015년 세계은행은 빈곤선을 1일 수입 1.9달러로 설정했다. 이는 검증도 없이 추정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한데 빈곤이나 청년실업 문제는 부(富)가 분배되지 않고 소수에 집중돼 임금격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곤선을 산정할 때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 세계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빈곤도 역기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 경계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 세계화는 용어이다. 거시경제적 조치를 아우르는 게 세계화이다. 빈곤의 원인과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자원 부족이 아닌 '정책틀'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의 발달 정도에 따라 국가별 임금 차가 심하니 국가들은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에서 제공되는 값싼 임금의 노동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저임금 시장을 찾게되는 투자자 때문에 자본이 고임금 국가에서 저임금 국가로 이동한다. 이때 빈곤이 심해진다. 

그리고 임금을 낮추는 중축에는 IMF가 있다. 남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최저임금을 13달러에서 20달러로 인상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 IMF다. 이처럼 IMF는 대량해고나 임금동결과 같은 논리를 펼쳐 노동의 가치를 최소화시켜서 빈곤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발도상국뿐 아닌 그리스, 스페인 등 중간소득 국가에서도 나타나 불평등이 점점 더 심해진다. 미국이 인도에서 IT전문가를 고용하는 메커니즘이 결국 빈곤을 심화시키고 스태그네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 빈곤은 자원의 부족이 가져오는 게 아니라 식량전체를 재구성하는 (시스템) 때문에 생긴다고 했는데 그럼 이는 IMF를 비롯해 누가 주도하고 있는 건지? 또 어떤 힘이 이를 지배할 수 있는가.

▲ 세계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대기업, 즉 월가가 이끄는 금융기관, 석유회사 등 온갖 대기업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 결과 경기침체, 자원 간의 경쟁, 세계 석유량의 65%를 가지고 있는 중동에서의 전쟁 등 자원을 통제하고 싶은 사람들이 지정학·군사적 전쟁을 치르는데 이는 '경제적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주권 국가들이 이익을 좇는 현상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경제적 구조조정 역시 IMF가 이끈다. 그리고 IMF는 월가의 손아귀에 있다. 

한국의 구제금융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방어기제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IMF나 미국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워싱턴이 이를 막았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개발도상국의 주권을 IMF에 준 셈이다. 그 결과 한국의 통화가 폭락했다. IMF는 부채 상환이랍시고 도와주면서 조건을 달았다. 외환시장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게 금융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다. 이는 경제 개방을 지향했던 일이다. 결국 한국은 56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경제구조를 무너뜨리는 조건에 합의한 것이다. IMF 구제금융 조치가 원화가치를 추락시켰고 아시아를 무력화했다. 서구의 자본이 한국의 자산을 약탈한 것, 이것이 외환위기 상황이다.

- 남미 부채 사태와 아시아 부채 사태에서 IMF 역할을 비교하자면.

▲ 남미나 베트남, 인도 등에서 수입이 감소하고 부채가 늘어나 긴축정책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 금융구제는 매우 상세하게 이뤄졌다. 개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통화가치를 절하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전례가 없다.

- 왜 하필 '1997년'에 '아시아'였나.

▲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역사적 수순으로 봤을 때 개발도상국에서 동유럽으로 동유럽에서 구소련 연방국가들 등으로 번져 나갔다. 경제 구조조정은 1989-1994년까지 계속 이어졌고 인도에서도 이뤄졌다. 세계은행이 90년대 후반 아시아로 영업의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겠다.

- 이와 같은 극단적 변혁, 또 발생할 수 있나.

▲ 그렇다. 제한이 없다. 다양한 금융기관이 다양한 국가에서 제재하는 것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투기를 통해 기업을 무너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도이치모터스가 제너럴모터스를 무너뜨린 전례가 있다. 메가은행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금융세력이 중앙 집권을 하면 투기성 행동이 다양화될 것으로 본다. 이때 월가는 늘 IMF라는 관료기구 위에 군림한다.

김 교수와의 대담이 끝나고 플로어에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 견실한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 견실한 투자는 실질 자산의 이전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이나 기계 등의 이동이 있는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반면 기존의 자산을 사가거나 해당 나라의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로 봐야 할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도로 수리 프로젝트 당시 입찰을 통해 해외 건설기업을 유입했으나 이는 (기술력의 투자가 아닌) 현지 기업에 하청을 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자산의 이전이라고 볼 수 없다. (해외 건설사가) 그저 돈을 벌어간 것에 불과하다.

- 한국 부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재벌을 민주화하면 투기 자본이 들어온다는 우려가 있다.

▲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필요하나 IMF의 앞잡이 역할을 하는 투기자본이 유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건 기술과학적 자원이다. 재벌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 저서 '빈곤의 세계화'에서 저항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했다. 

▲ 보수가 아닌 진보 안에서도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것에 저항이데올로기를 마련해야 한다. 담론을 떠나서 신자유주의 어젠다에 찬반 어젠다가 필요하다. 국제투기자본에 저항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연대가 중요하다. 

- 개인적으로 실천할 게 있다면.

▲ 개인적 움직임은 반프로파간다에 기여할 수 있다. 가짜뉴스처럼 주류 언론까지 합세해서 거짓말이 포장되는 현실이다. 수요 중심의 정책은 구매력을 높이고 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난다. 이런 것이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지만 그전에 통화 정책에서 한국 정부가 주권을 가지는 게 우선이다.

대담을 마치며 김민웅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인류에 희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미셸 교수는 답했다. 

"희망이 없다면 이 자리에 우리가 모여 있지 않을 것이다. 수년간 핵무기 이데올로기를 연구해왔다. 그 결과 미국의 핵독트린 시행을 우려하고 있다. 핵이 시민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적만 제거한다는 논리는 말도 안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핵을 쓴다는 것은 선동이다. 핵을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결국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도 허구다. 알카에다의 위협은 국가정보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미국 정부는 빈 라덴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핵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핵의 결과에 대해 전 세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이 방해하고 있다. 희망을 위해 거짓말을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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