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부회장 최대주주로 있는 업체로 재하청 계약 요구...거부하자 사무실 폐쇄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1957년 설립돼 명맥을 이어오던 삼표시멘트(구 동양시멘트)가 최근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삼표시멘트는 올 초부터 10년 간 하청계약을 맺어오던 협력업체 포유드림측에 삼표시멘트의 계열사 네비엔을 통한 2차 하청업체로 들어가도록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최근 포유드림 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재하청 계약 요구가 오너 3세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네비엔으로의 일감몰아주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포유드림은 폐 연와(시멘트, 모레, 흙 등으로 이뤄진 건축재료) 선별, 연와축로 개선 등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수 20명 내외의 중소기업이다.

한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70%)로 있는 네비엔은 2004년 사명을 바꾸면서 새 시작을 한 뒤로 매출액이 13배 오를 정도로 상승가도를 달리는 삼표그룹 계열사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삼표시멘트가 포유드림 측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공사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축로공사를 새로 진행하면서 삼표시멘트가 네비엔과 계약하고, 네비엔이 다시 포유드림과 계약하는 방식을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업체로 들어가게 될 경우 기존과 동일한 작업을 하고도 공사 대금이 20% 가량 줄어 포유드림에게 불리하다. 이에 포유드림은 삼표시멘트의 재하청 계약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삼표시멘트는 강원도 삼척공장 내 포유드림의 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포유드림에 대한 삼표시멘트의 무리한 요구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삼표시멘트는 포유드림에 인력, 투입기간 등에 맞춰 책정하던 도급비용을 2012년 기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시급 5625원으로 산정하도록 압박했던 것.

삼표시멘트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1년 단위 도급계약서에 사인할 것을 강요하는 한편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지급된 공사경비 12억원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사품질 향상이란 명목으로 1억 2000만원 상당의 독일산 생산설비도 강매하도록 했다는 게 포유드림 측의 설명이다.

급기야 지난 5월 삼표시멘트는 포유드림에 네비엔과 하도급 계약을 맺지 않으면 체불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협력업체 포유드림을 사방으로 압박하는 삼표시멘트가 네비엔을 통한 일감몰아주기를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네비엔의 전체 매출 중 내부거래 물량은 1115억원에 달해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일요경제>는 삼표시멘트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질의 메모를 남겼으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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