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코로나19로 임대료 감면 '중소기업' 한정
롯데·신세계 등 반발…"대기업만 외면하는거냐"

[일요경제 박은정 기자]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업계가 인천공항 임대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매출타격을 입은 면세점들이 임대료 감면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중소기업에만 한정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임대료 수입 절반 이상을 대기업이 지불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 면세점업계는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 중인 신세계면세점(사진-신세계면세점 홈페이지 캡처)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 중인 신세계면세점(사진-신세계면세점 홈페이지 캡처)

5일 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임대시설을 운영하는 공공기관 103곳 내 입점한 업체에 임대료를 6개월간 20~30% 인하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면세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일시적으로 인천공항이 임대료를 낮춰준 것을 근거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임대료 감면 대상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면서 면세점 업계는 또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업체 7곳 가운데 임대료 감면을 받게 되는 곳이 시티플러스, 그래드면세점 두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수입료의 91%를 차지하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빅3 면세점은 해당 혜택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게 됐다. 중견기업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도 제외됐다.

인천국제공항은 그동안 대기업 면세점들이 지불하는 임대료로 거액을 챙겼었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익은 총 1조761억원으로 이 중 대기업 면세점 임대료만 9846억원으로 91%에 달하는 수준이다. 운영자금은 대기업을 통해 얻고, 정작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에게는 어떠한 지원조차 없는 것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가 높아 대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최대 매출권역인 DF2(화장품·향수)와 DF6(패션·잡화) 구역이 유찰되는 이례적인 사태가 불거졌다. 인천공항 면세점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황금자리'라고 꼽혔지만, DF2가 유출된 연간 1161억원 수준이 임대료를 부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 면세점업계는 임대료 지원 대상에 대기업도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 입찰가는 구역이나 업체마다 다르지만 공항 면세사업은 보통 흑자를 기대하진 않는다"며 "시내면세점에서 수익이 생기면 공항에서 생기는 적자를 보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면세점업계가 살아나야 인천공항도 되살아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이번 정부의 대책에 아쉬움을 느꼈다"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