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조합원 92.3% 찬성...택배 대란은 없을 듯
"택배사 분류작업 개선, 우정사업본부 분류비용 소급해야"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한 우체국 택배기사가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 결렬로 이날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한 우체국 택배기사가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 결렬로 이날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결렬되면서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택배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업계는 일부 배송 차질은 있겠지만 파업 참여 조합원 규모가 크지 않고 직영 택배기사를 투입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선 만큼 전국적인 ‘택배 대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9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 5823명 중 5310명이 총파업 총력투쟁 투표에 참여해 찬성 4901표, 반대 559표(찬성률 92.3%)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쟁의권이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들은 무기한 전면파업에 나선다. 나머지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지난 7일부터 시행해 온 분류작업을 제외한 '오전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 투쟁을 이어간다. 무기한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전체 5만5000여명 가운데 2100여명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택배사들은 분류작업을 즉시 개선하고 우정사업본부는 1차 합의대로 분류 비용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택배사와 우정사업본부는 장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에 택배노동자를 내몰아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다"며 "분류 작업은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공짜노동의 근본 원인이었고 결국 끊임없는 과로사를 발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로사 방지대책을 1년 유예하겠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저단가 택배를 유지해 물량 확보에 치중하고 택배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위험에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택배산업본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공짜노동 없는 택배산업 조성에 택배사와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산업본부는 택배사를 향해 "분류인력 투입의 1년 유예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는 그간 1차 사회적 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며 묵묵히 현장에서 택배업무를 수행해온 택배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분류인력 투입에 대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인 노사정 논의를 한국노총에 요청할 것"이라며 "법적 강제를 통해 안전한 택배현장과 공짜노동 없는 공정한 택배산업 조성을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와 택배사, 택배노조는 전날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대리점연합회와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안에 시간을 끌고 타결을 미뤄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것이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택배사와 우정사업본부가 지금이라도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총파업을 중단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택배사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파업과 동시에 교섭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언제 누구라도 대화에 요청하면 피하지 않고 합의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는 오는 15∼16일로 예정됐다.

택배노조 조합원이 전국 택배기사의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총파업으로 인한 대대적인 택배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지역에 따른 배송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택배사들은 소속 직원을 파견하는 등 대비책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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