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노조, 청사 점거…"분류비 지급 약속 어겨"
택배파업 장기화 조짐…합의기구 출구 못찾아

14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앞에서 진경호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앞에서 진경호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한나 기자] 택배 분류작업을 둘러싸고 택배사와 택배노동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결국 파행에 이르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동조합은 이번 주부터 투쟁 수위 강화에 나선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 위해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 출발’을 이어가고, 규격·계약요금이 위반된 물품은 배송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민주노총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날 점거농성에 참여한 택배노동자들은 약 120명이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분류 인력·집배원 투입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노조 측은 본부가 분류작업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사회적 합의 기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일 소포위탁배달원들에 대해 개인별 분류를 시행하고, 시행 전까지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분류비용은 수수료에 포함해 지급해왔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 노동자들이 매달 받아보는 수수료 지급 명세 그 어디에도 분류 비용 명세는 찾아볼 수 없는데도 본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본부 메시지의 배후에 정부와 여당의 압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오는 15일에는 노조 조합원 5500명이 국회 앞 시위를 계획 중이다.

노조파업은 이날 열리는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 결과에 따라 중단되거나 강도가 세질 전망이다. 파업이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택배사들은 단기 인력 투입을 검토 중이다.

노조는 택배사에 분류 인력을 더 늘리고 택배기사의 주당 근로시간을 축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배사들은 이같은 노조 요구에 대해 최근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택배비 추가 인상 가능성은 더 커졌다.

당장 편의점 및 택배업계는 택배 이용료 인상 계획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CU는 15일부터 택배비를 최저 2600원(무게 350g 이하)에서 2900원으로 300원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무게 1㎏ 이하 구간의 택배는 동일하게 300원 오르며, 무게 1㎏ 이상 5㎏ 이하 구간은 400원 인상된다. 무게 5㎏ 이상 20㎏ 이하 구간의 택배는 800원 오른다.

같은날 GS25는 무게 350g 이하 택배비를 현재 26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인상한다. 2~3㎏는 4500원에서 4900원으로 400원 오른다. 20~25㎏은 1000원 오른다.

편의점 업계는 운송 계약을 맺은 CJ대한통운의 택배비 단가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편의점과 같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택배 단가 인상을 통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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