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주 의원 "현중 사장, 부사장 등이 직접 관리...2~3천명의 OL 또는 YL 구성"
현중 "직원들의 애로사항 듣고 안전활동 등 지원, 선거에 개입 없었다"

[일요경제] 현대중공업이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현장 근로자들 중 친사측 활동을 하는 이른바 ‘OL요원’을 선발해 이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노동조합 선거 및 노동자 내 여론 형성과 특정 노조 후보 당선 또는 낙선 활동 등을 벌여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 전 운영과장 이모씨의 업무일지를 공개하며 일지에 기록된 비선조직 활동방식의 불법성 등을 문제 삼았다.

송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최소한 2004년 이전부터 2008년 사이에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조합의 대의원선거,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 등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중공업 김환구 사장은 증인심문에서 송옥주 의원의 비선조직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 “관련된 조직이 있었던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다만 김 사장은 회사가 직접적으로 노조선거 등에 개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 놓지 않았다.

송 의원은 이어 “이를 현대중공업의 사장, 부사장, 전무 등이 직접 관리해 왔으며 노사협력실이 주요 실무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비선조직은 각 사업본부 소속 부서별 운영과장 또는 노무과장 등의 PR담당자와 부서 규모에 따라 10~30여명 정도로 선발된 OL요원으로 구성됐다.

<송옥주 의원실 제공>

이밖에 현대중공업은 노조 활동가 중에서 선발한 YL요원도 운영했는데 이들은 노사협력실이 직할로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이러한 비선조직의 규모는 조직이 워낙 은밀하게 활동해 왔던 이유로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약 200여명의 PR담당자와 2000~3000명의 OL 또는 YL들로 구성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의원은 “이들은 각 부서별로 소속 근로자들을 G(green)-Y(yellow)-R(red)로 각각 구분해 성향을 분석해 정기적으로 회합, 보고하거나 일일단위로 보고서를 제출하는 활동을 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송옥주 의원실 제공>

또한 “이들 OL요원들은 회사로부터 계속적으로 검증받아왔고, 현중은 심지어 사내하청업체에까지 행동요원을 투입해 동향을 분석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비선조직 활동의 주 목적은 대의원이나 임원을 선발하는 노동조합 선거에 대한 대응이었다.

송 의원은 “이들은 회사의 입장에 반하는 특정 후보가 출마를 위한 추천인 수를 채우지 못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 출마를 저지하거나, 선거 이전부터 특정 조직 출신 후보를 선정해 관리하면서 그 후보가 당선되도록 각종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송옥주 의원실 제공>

나아가 송 의원은 “이들 조직은 현장 여론조성, 특정후보 선거운동원 파견, 특정후보에 대한 투표지침 하달, 투표장에 직․반장이 직원들을 데리고 가 투표시키고 기표를 확인하는 속칭 '줄투표', 불법유인물 배포, 상대편 후보의 선거활동 방해 등의 활동을 하면서 친 사측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도록 해 왔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특정 세력의 선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각 부서별로 조합원 당 일정금액을 산출해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활동비를 제공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2007년 10월 있었던 노동조합 선거에서 조합원 1인당 15,000원을 지원금으로 내려 보냈다. 그 밖에도 각 사업본부에서는 본부장 차원에서 협력업체에게 업체당 150만 원 내지 400만 원 정도를 걷어 노조선거 시 비선조직 활동비로 사용해 온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처럼 정보기관을 방불케 하는 현대중공업의 치밀한 비선조직의 활동은 그 자체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노조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노동조합의 내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9일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OL요원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요원의 노조 개입 등 송 의원이 주장한 부분은 부인하거나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OL이 송 의원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런 건 아니고. OL은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의 약자다. 약어라서 이상해보이는데, 오피니언 리더라는 단어는 통상적으로 많이 쓴다. 그런 거라고 보시면 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장에 부서만 ‘부’ 단위로 300개가 넘는다. 하나의 부서에 ‘반’이란 단위도 있다. (회사가) 굉장히 큰 조직이다“라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OL요원이 활동했다는 뜻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OL요원은) 생산팀의 세부조직, 일종의 생산 예비 팀장이라고 보시면 된다. 리더십 있는 친구를 대상으로 OL이라는 후보군을 정해서 팀 단위로 직위를 부여했다.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노조를 파괴하는 등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OL요원이) '풀뿌리 조직 리더'가 되는 것이다. 차세대 현장 리더라고 생각하시면 가장 정확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OL요원은)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애로사항도 듣고, 현장에서 안전활동도 지원하고 했던 것. 의원이 주장했던 것처럼 선거에 개입하고 이런 것은 없었다” 라고 주장했다.

OL요원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활동비를 제공했다는 의원 측 주장에 대해선 “추계 단합대회를 진행하는 기간과 겹친 것 같다. 단합대회 시 단합비용을 제공하는데 워낙에 조직이 크다보니 개인한테 주는 게 아니라, 팀이나 반 단위로 준다. 대략 1인당 10000원~15000원 선이다. 밥도 먹고 막걸리도 먹고 하는 비용이다. 이런 것과 겹쳐 그런 주장이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OL요원들이 지금도 있냐는 질문에 대해 관계자는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과 구조조정 방안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전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올해 11월로 예정된 대의원 선거를 내년 초로 유예했으며, 내년에는 임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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