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시내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이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리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관세청이 이달 중순 발표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 6일 개최한 1차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 등을 대가로 이뤄진 재벌 기업들의 '검은 뒷거래'를 캐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은 수사·사면 관련 청탁이나 면세점 허가 등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게 아니냐는 추궁을 받았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서울 시내면세점 새 사업자 발표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특허 추가 발급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관세청은 오는 17일 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서울 시내면세점이 추가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후보 기업들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일전을 준비 중이다.

관세청은 대기업 몫 서울 시내면세점 3곳과 서울·부산·강원 지역의 중소·중견기업 사업장 3곳 등 총 6개 사업자를 선정한다.

심사는 15일부터 진행되며, 서울 대기업 면세점은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업체별로 25분간 프레젠테이션(PT)과 질의응답에 임한다.

오후 1시 10분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시작으로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디에프,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이 차례로 PT를 진행한다. 모두 대표이사들이 발표를 위해 맹연습 중이다.

결과는 당일 저녁 발표될 예정이다.'

◇ 롯데·SK '패자부활전'
이번 특허 심사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해 특허 재승인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느냐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롯데와 SK그룹의 출연금이 시내면세점 추가 결정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두 곳 모두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면세점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로서는 준공을 앞둔 그룹 숙원사업 월드타워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면세점이 필요하다. 2015년도 매출 6112억원으로 국내 시내면세점 가운데 3위였던 월드타워점을 되살리지 못하면 여러모로 타격이 크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따내지 못하면 사실상 면세점 사업을 접어야 하는 처지여서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11월 특허 심사에서 나란히 쓴맛을 본 두 기업은 나란히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며 면세점 되찾기에 나섰다.

롯데와 SK는 함께 부활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동지'이지만, 두 곳이 동시에 부활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어 '적'이기도 하다.'

롯데는 특허를 획득하면 특허면적(매장+복도)이 1만1411㎡인 월드타워점을 국내 최대 규모인 1만7334㎡로 확장할 예정이다.

2014년 10월 월드타워몰로 이전하며 3000억여원을 투자해 면세점 내부를 리모델링했으며, 앞으로 5년간 2조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공연·문화·체험·관광·쇼핑을 원스톱으로 경험할 수 있는 '관광쇼핑 복합단지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대 200m 높이의 음악분수 제작도 다시 추진한다.

이를 통해 강남권 관광을 활성화하고 강북과 강남을 잇는 문화관광 벨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SK는 1200억 원을 투자해 약 3만9670㎡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2018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장인 170m 길이의 인피니티풀과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스파를 내세워 서울 유일의 복합 리조트 면세점으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다.

리조트 스파 건설 등에 향후 5년간 6천억 원이 투자되며 워커힐면세점은 총면적 1만8천224㎡, 순수 매장면적 1만4천313㎡ 규모로 확장된다.

유일하게 강남 지역이 아닌 동북권에 위치한 워커힐면세점은 지역 명소와 경기·강원을 연계한 관광벨트 구축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 신세계·HDC신라·현대백화점 '강남 맞대결'

이번 특허 심사의 첫번째 '관전 포인트'가 롯데와 SK의 부활 여부라는 것은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나머지 3개 업체에 몇 장의 티켓이 돌아가느냐와 직결된다.

롯데와 SK가 동시에 부활에 성공하면 남은 세 업체가 1장의 티켓을 놓고 싸우는 격이 된다. 반대로 롯데와 SK가 동시에 탈락하면 이들 세 업체가 사실상 '무혈입성'하는 셈이 된다.

세 면세점은 일제히 강남권을 후보지로 내세웠다는 공통점도 있다. 잠실 롯데까지 포함하면 5개 기업 중 4곳이 강남이다. 이번 특허 경쟁이 '강남 대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신세계면세점은 반포 센트럴시티의 중앙부에 전체 면적 1만3천500㎡ 규모로 조성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는 '마인드 마크'(Mindmark) 면세점을 표방하며, 호텔, 백화점, 극장, 서점, 레스토랑 등 센트럴시티의 다양한 인프라와 교통망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객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명동점이 신규 면세점 가운데 가장 빠르게 안착했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후보지로 내세웠다.

옛 한전 부지에 건설되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인접한 15층 건물로 이 중 1~6층 약 1만3000㎡(계약면적 기준) 공간을 면세점으로 꾸민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와 현대산업개발의 개발 능력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IT 기술을 대거 동원한 'IT 융복합 체험형 면세점'으로 젊은층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신규 사업자로, 무역센터점 3개층을 리모델링해 특허면적 1만4005㎡ 규모 면세점으로 조성한다.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로 투자 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현대백화점은 강남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 투자에 300억원, 지역 문화 육성 및 소외계층 지원 금액 200억원 등 500억원을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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