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이 기각되면서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SK, 롯데 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위기는 모면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여전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을 향한 수사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9일 오전 10시 법원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첫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한데 이어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도 “향후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특검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기업 뇌물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롯데 등은 앞으로 전개될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을 요청받았다는 점 때문에 특검의 우선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검은 롯데가 6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했다가 다시 돌려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최순실 씨로부터 요청받은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지원받기로 약속을 받아냈고 이후 롯데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데 이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은 갑작스럽게 지난해 6월 70억원의 반환 의사를 롯데 측에 통보하고 같은 달 9일 롯데에 돈을 되돌려줬다.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검은 다음날인 10일 롯데그룹 17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최 씨 측이 뒷탈을 우려해 롯데에 70억원을 돌려 준 것으로 의심했다.

특검 역시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의 독대 직후 롯데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연이은 출연의 배경에 그룹 최대 현안이었던 면세점 재선정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렸던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한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대가성으로 의심되는 면세점 재선정과 관련해 롯데는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해 지난해 6월 월드타워점 영업을 중단하며 궁지에 몰렸으나, 롯데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추가 송금을 전후해 정부는 지난해 4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승인하겠다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결국 롯데는 12월 추가 면세사업자로 선정됐다.

특검은 신동빈 회장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한 상태다.

한편 롯데그룹은 총수가 특검에 소환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조직개편 및 인사 폭풍 등이 예고되면서 직원들이 좌불안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설 연휴 이후인 2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사 지연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연간 계획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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