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노조 매각 비대위 꾸려…"특정 업체 밀어주는 배임죄 해당"
같은날 관련 청원도 등장
KDB인베, 대우건설 '졸속 매각' 논란…입장 발표 예정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사진-대우건설)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대우건설 매각을 주관하는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본입찰 일주일 만에 재입찰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시된 인수 가격이 높아 재입찰을 진행하는 전례없는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밀실·졸속·특혜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특혜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일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DS네트웍스 컨소시엄 등 2곳을 대상으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입찰가로 주당 1만 1000원 총 2조 3000억원을 써냈고 DS네트웍스컨소시엄은 주당 8500원 총 1조 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내에서는 차액이 5000억원에 달해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두 업체가 제시한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지다보니 잡음이 흘러나왔다. 중흥건설 내부에선 오버 베팅'이란 비판이 나왔고 일각에선 인수 포기설도 거론됐다. 결국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고 KDB인베스트먼트가 재입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다가 실사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이 드러났고, 매각이 불발된 전례가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중흥건설에는 재입찰을 입찰가를 낮출 수 있는 기회가, DS네트웍스 컨소에는 매각가를 높여 우선협상자 지위를 노릴 기회가 주어졌다. 실제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기존 1조 8000억원에서 2조원 초반대로 상향 조정하고 중흥건설은 2조 3000억원에서 1000억~2000억원 가량 가격을 낮춰 재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재입찰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인수가격이 높아 재입찰을 하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떄문이다.

매각가가 애초 인수 내정자인 중흥건설이 제시한 2조3000억원에 못미칠 게 뻔한만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배임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특정기업에 인수를 돕기 위해 KDB인베스트먼트가 초유의 재입찰을 단행하면서 대우건설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건설기업노조대우건설지부는 지난 2일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밀실·졸속·특혜 매각의 끝판"이라며 매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입찰 7일 만에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상식 밖의 결정이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 매각의 모습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입찰은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 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하의 글의 게재됐다.

청원인은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 매각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빠르면 이번 주 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나 누가 선택되든 후폭풍은 뒤따를 전망이다. 

한편 KDB인베스트먼트는 이와 관련해 5일 오후 3시 비대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건설 매각 관련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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