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도 새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 바람이 거세다. 젊은 재계 총수들로 세대교체가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주요그룹 MZ세대 차세대 오너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1980~2000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의 전면 배치는 과거 단순히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했던 오너 2세들과 다르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주요 요직에 배치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등을 통한 성장세를 견인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급변하는 경영 트렌드를 담아내면서 오너가의 젊은 경영진 등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잠재우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미래먹거리를 중심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MZ세대 오너들의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사업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를 맡게 된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가 3세인 정기선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 사장은 그룹 신사업 추진·디지털 경영 가속화와 함께 탄소중립 시대 성공적 안착을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의 경영 승계 작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사장이 전면에 나서 수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로봇 등 그룹 내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주도하고 있어 올드했던 조선사 이미지를 ‘뉴 현대중공업’으로 쇄신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생긴 여유 자금을 신사업 부문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룹 내 신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의 존재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 로드맵은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윤곽이 공개됐다. 올해 첫 CES 참가에서 현대중공업 그룹은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공동대표이사 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사장은 신사업을 확대 할 수록 그룹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정 사장은 지난 5일 CES 2022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비전으로 ‘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이어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사업을 이끌어 나갈 혁신기술로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오너 3세인 정기선 사장은 1982년생으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 합류한 것은 2009년으로 당시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그룹에 경영기획팀 수석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이후 재무부서, 경영지원실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맡았다.

선박 AS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이끌면서 친환경 선박 개조·유지·보수, 선박 디지털화를 통한 스마트선박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바 있다.

정 사장은 특히 현대중공업그룹 내 ‘젊은 리더십’으로 통한다. 정 사장이 직접 구상해 만든 ‘미래위원회’가 대표적이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된 미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 내 수소,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신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정 사장이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신사업 발굴을 진두지휘했다.

정 사장 주도 아래 현대중공업그룹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수소,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 수소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정기선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테크니컬 서비스 부문 아흐마드 알 사디 수석부사장과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 사는 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같은해 9월 국내 최대 수소산업 전시회인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 그룹의 수소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의 플랜을 공개하고,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각 그룹사의 강점과 인프라를 결집한 수소 밸류체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소 드림 2030’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인 수소사업의 로드맵이다. 2030년까지 육·해상을 아우르는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시한 수소 밸류체인은 크게 △해상발전 △수소 생산 인프라 △해상운송 △저장 △활용 등 5단계로 나뉜다.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해 생산부터 운송, 판매까지 수소 사업 전 과정을 도맡아 미래 유망 산업인 '친환경'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IPO로 승계작업 속도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IPO(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무리하면서 9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를 이어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로보틱스 등 계열사들도 연달아 상장할 계획이다.

신사업에 활용하기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기선 신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 5.26%에 그친다.

승계를 위해서는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정 사장 입장에서는 최대주주인 부친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26.6%만 물려받으면 되는데 문제는 지분 증여, 상속 과정에서 내야 할 막대한 세금이다. 현재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급여와 배당금 외 마땅한 수익처가 없는 정 사장 입장에선 계열사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지분가치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돼 승계 과정에서 자금 확보가 수월해진다.

더욱이 IPO로 확보한 자금은 현대중공업그룹 미래 먹거리 개발에 투입돼 신사업을 총괄하는 정기선 사장의 경영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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