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올리브영 상장으로 승계 재원 확보

재계에도 새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 바람이 거세다. 젊은 재계 총수들로 세대교체가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 주요그룹 MZ세대 차세대 오너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1980~2000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의 전면 배치는 과거 단순히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했던 오너 2세들과 다르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주요 요직에 배치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등을 통한 성장세를 견인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급변하는 경영 트렌드를 담아내면서 오너가의 젊은 경영진 등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잠재우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미래먹거리를 중심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MZ세대 오너들의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CJ)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임원)가 최근 임원 승진과 함께 회사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CJ그룹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식품전략기획1담당 신임 임원으로 승진했다. 2021년 초 CJ제일제당에 복귀하고 1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과 함께 경영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 경영 리더는 30대 임원으로서 CJ에 젊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식품전략기획1담당을 맡아 미주 중심 글로벌 성장전략과 식물성 단백질 등 미래식문화, 사내 벤처 활성화 관련 업무를 지휘하게 된다.

이 리더는 지난해 1월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한 후 같은해 9월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 간 글로벌 마케팅 계약을 주도하며 활동 보폭을 확대해왔다. 특히 이 리더는 MZ세대 직원들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 '이노백' 사업에 참여하며 CJ그룹의 미래 먹거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략기획 담당은 스타트업의 투자, 식물성 식품사업 등 신사업을 챙기고 해외 권역별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다. 1담당이 미국시장을, 2담당이 유럽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각각 맡는다.

특히 미국시장은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매출의 75% 이상이 창출되는 핵심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슈완스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밑그림을 구상했다. 슈완스는 CJ제일제당이 1조 5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업체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유통·물류망을 갖추고 있으며 현지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 이 경영리더가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전략기획 1담당을 맡게 된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 CJ그룹 오너일가 3세인 그에게 핵심 성장 사업을 총괄하게 하면서 차후 경영승계를 위한 실적과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영리더는 미국을 중심으로 K-푸드 세계화를 위해 비비고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영리더가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 지 여부에 따라 그룹 내 경영승계 작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승계를 위한 밑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는 기업공개를 앞둔 CJ올리브영의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활용해 CJ그룹 지분을 넘겨 받는 것으로 예측된다.

경영권 승계 재원으로 주목받는 CJ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기업공개(IPO)를 위한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재 CJ올리브영은 점포 수 기준 국내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시장 1위다.

CJ올리브영 최대주주는 지분 55.24%를 소유한 지주사 CJ다. 그다음으로 이선호 경영리더가 11.0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해 해당 자금으로 CJ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경영리더는 2021년 1·3분기에 CJ 신형우선주를 꾸준히 매입해 지분율을 25.16%까지 늘렸다. 신형우선주는 당장은 의결권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 미래 경영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 경영승계 작업이 올해부터 본격화 되면서 이선호씨가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다면 경영승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올리브영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가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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