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하루 매출 180억 손실...석유화학업계, 하루 680억 수준 피해
전국 주유소 재고 휘발유 8일, 경유 10일분...비상수송체계 가동

화물연대 파업 엿세째인 29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 멈춰서 있는 화물차량.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엿세째인 29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 멈춰서 있는 화물차량.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화물연대 시멘트 분야 파업 참여자들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사료협회 등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면서 관련사업계가 조속한 업무복귀를 호소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어제 국무회의에서는 피해 규모와 파급효과가 큰 시멘트 분야에 대해 불가피하게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며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에서 정한 제재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화물차량 손괴나 주정차 위반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면서 “화물연대는 운수종사자가 조속히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은 “일주일째 계속되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국가핵심기반인 물류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며 “건설 현장의 공사가 중단되고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이 급감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재난안전법과 육상화물분야 위기매뉴얼에 따라 지난 월요일부터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범정부적인 통합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앞으로 중대본을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비상수송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고, 정유·철강·자동차 등 주요 산업별 피해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화물연대는 국내·외 다양한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는 국가 경제와 민생의 엄중함을 고려해 달라”면서 “국민 여러분께도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시멘트, 하루 180억 매출 손실...철강업계, 피해액 8000억원 달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관련 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해 화주단체들은 30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업종별로 피해를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사료협회 등 6개 단체가 첨석했다.

시멘트업계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시멘트업계 하루 매출 손실이 18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국내 일일 시멘트 수요가 약 18만∼20만t(성수기 기준)인데 이번 운송거부로 인해 평일 기준 출하량이 10% 미만에 그쳐 하루 180억여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크시멘트트레일러 비조합원들조차 화물연대의 위협과 운송거부 동조로 수송을 기피해 동해, 단양, 제천 등 시멘트 생산공장은 물론 수도권 유통기지는 완전히 출하 중단 상태”라고 전했다.

전국 459개 건설 현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6개 현장(56%)에서는 지난 25일부토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지난 28일부터 하루 평균 출하량 7만4000t의 30% 정도만 출하되고 있어 하루 680억원 수준의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기체·액상제품의 경우 저장탱크 용량 부족으로 출하 중단시 2∼3일 정도의 대응여력이 있는 상태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주말부터 가동률 감축이나 설비 가동 정지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산업 설비 가동이 중단될 경우 하루 평균 3000억원의 매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사료업계는 농장별 사료 평균 보관량이 2∼3일분인 만큼 지속적인 보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축이 굶어죽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주정박 등 컨테이너로 수입되는 원료의 공장별 하루 사용량은 30∼50t인데 현재 7일째 입고가 중단된 상태다.

철강업계의 경우 지난 29일 기준 총 60만t의 출하 차질을 빚어 피해액이 8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업계는 소비자에게 내수차량 2000㎞ 추가 보증 연장 등을 제공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로드운송을 위한 인건비와 임시치장장 운영비 등으로 하루 약 4억원 수준의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가 수송사와 계약한 탱크로리가 50%,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대리점 및 주유소가 계약한 탱크로리가 나머지 5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업계는 아직 사전주문 및 재고 비축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이에 정부는 정유업계와 함께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이후 즉각적으로 비상수송체계 가동에 나섰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정유 4사,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등을 중심으로 한 정유업계 비상상황반을 구성했다.

비상상황반은 정유공장과 저유소 등 주요 거점별 입·출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수송 차질 우려 땐 비상수송체계를 가동 중이다.

산업부와 업계는 이를 통해 전국 주유소의 재고가 휘발유는 8일분, 경유는 10일분 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저장용량 대비 판매량이 많은 일부 주유소는 집단 운송거부 영향으로 수송 지연이 빚어지면서 휘발유·경유가 품절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29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1만1000개 주유소 중 품절 주유소는 서울·수도권 21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상황반은 이와 별도로 30일부터 매일 오후 4시경 오피넷 팝업과 게시판을 통해 품절 주유소 현황을 안내할 예정이다.

오피넷 상의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 정보는 네이버. 티맵 등 민간 지도 서비스와 연계돼 제공중이며 품절 주유소는 지도상 표시 되지 않도록 조치해 소비자들이 불필요하게 해당 주유소를 방문하지 않도록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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