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주유소 96개소 '품절’
정부, 정유·철강 분야 추가 업무개시명령 준비 완료 노조 압박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위법...취소소송 청구·인권위에 진정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는 5일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 갓길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가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노정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운송거부자에게 유가보조금, 고속도로 통행료 지급 제한 등의 제재안을 내놨다. 시멘트에 이어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완료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장 오는 6일 국무회의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대응에 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노조 탄압이 반헌법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5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별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운송 차질이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발동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정유·철강 등 운송 차질이 발생한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 경제 위기 우려 시 업무개시명령 발동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휘발유나 경유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출하가 어려워지면서 휘발유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전날보다 8곳 더 늘었다.

한국석유공사는 5일 오후 4시 현재 전국 재고소진 주유소는 총 96곳(휘발유 80개소, 경유 8개소, 휘발유·경유 8개소)이라고 밝혔다. 재고 소진된 주유소는 △서울 35개소 △경기 20개소 △대전 7개소 △충남 11개소 △충북 8개소 △인천 1개소 △강원 12개소 △전북 1개소 △전남 1개소 등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달 29일 오전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점차 늘어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회복세로 들어섰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화물 반출입량은 19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크기)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28일 같은 시간대(775TEU)에 비해 약 2.5배 늘었다. 이는 또 파업 돌입 전 일요일인 지난달 20∼21일 동시간대 반출입량인 2224TEU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의 시멘트 출하량도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이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소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4500t의 시멘트가 출하됐다. 이는 파업 전 하루 평균 출하량인 1만t의 45% 수준이다. 지난달 24∼28일에는 파업으로 출하량이 전무했으나 29일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진 이후 출하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측에도 "제 역할을 다하라"며 업무개시 명령 철회 권고 등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A씨가 서울행정법원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 명령 처분의 취소 소송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A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조연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에 대해 "헌법 및 국제규범을 위반했다"면서 "업무개시 명령에 구체적인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도 없고, 국가 경제에 심각하게 위기를 (초래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할 상황이 충족되지 않는다"면서 "설사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업무개시 명령 외 다른 것들을 검토해 보고 최후의 수단으로 여겼어야 했는데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인권위가 이같은 상황에 개입해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업무개시 명령 철회를 권고하는 의견 표명이나 인권위원장 성명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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