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길을 묻다 - 중앙대학교 위정현 경영학과 교수> “과거에도 항상 문제와 어려움은 있었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경영학과 교수

[일요경제=채혜린 기자] “지금의 위기라고 하는 것들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항상 위기는 있었고 한국은 잘 극복해 왔습니다. 과거, 역사를 잘 기억해야 합니다.”

대선이 끝나고 하루 뒤인 10일, 두 번째 인터뷰를 위해 중앙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위정현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 관련한 여러 쟁점들에 대해 “과거에 항상 위기, 문제는 있었다”며 비슷한 위기를 겪은 국가를 연구해야 하지 않겠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례적인 장미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 위 교수에게 한국 경제에 현주소와 앞날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위정현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내적으론 가계부채 급증과 경기침체, 대외적으론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압박을 비롯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등 한국의 경제 상황이 매우 위중한 상태로 보여 진다.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보나.

▲ 이런 부분에 대한 것은 한국 경제와 한국 사회에 대해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이슈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사드도 그렇고 대외적인 보호무역주의 그런 것은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과거를 잊고 현재 닥친 것을 보는 것에만 급급한 경향이 있는데 과거, 역사를 되돌아 봐야 한다.

1980년대 일본 가전전자제품이랑 차들이 미국시장을 쓸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그래서 (미국에서) 일본차를 늘어놓고 망치로 부순 그런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런 차(일본차)들을 밀어내야 한다하면서. 그런데 그렇게 일본차를 부순 사람들이 행사 끝나고 집에 갈 때 뭘 타고 갔는지 아나. 너무나 황당하게 일본차를 타고 갔다. 그걸 어떤 기자가 이래도 되냐 이렇게 글을 쓴거다. 그 사람들이 왜 일본차를 탔을까. (제품이) 좋으니깐 그런 거다.

지금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한다고 난리를 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가 (그때처럼) 때려 부수냐.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또 금본위제도가 미국에서 폐지되고 나서 달러를 마구 찍게 되면서 1970년대 전 세계적으로 오일쇼크와 인플레가 왔었다. 이미 그런 (위기라고 하는) 상황이 있었다. 우리 한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 1997년 IMF 모두 견뎌왔고 이후 2천 년대 들어서는 운 좋게도 IT혁명의 선두주자로 지내왔다.

사람들은 (대개) 지금만 본다. 새로운 문제처럼 이야기를 하고 트럼프 나쁘다 이렇게 하지만 현재 트럼프의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경고보다 더 심한 시절이,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제점은 항상 과거에도 있었다. (우리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과거 미국이 일본에 했던 것, 그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 한국 상태에 대해 나는 한국이 모방자에서 창조자로 넘어가는 과정, 즉 과도기에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는 베트남처럼 저임금 기반의 국가도 아니고 일본이나 미국처럼 제조업이 자본 집약적 또는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미테이터(모방자)인 상태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차는 일본차가 나오면 그걸 딱 가운데를 잘라서 분해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르고 난 다음에 하나하나 분해하는 것이다. 이게 모방자, 이미테이터다.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1년 반에서 2년 정도 진입이 늦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모바일 생태계가 세계 시장에서 뒤쳐졌다. 그 사이 삼성은 갤럭시를 만들었다. 갤럭시 시리즈는 아이폰 카피(복제)지 않나. 그걸 만들었던 2007년, 불과 10년 전 그때도 우린 이미테이터였던 것이다. 지금 그랬던 우리가 어디까지 와있나. 삼성, 엘지 가전이 아주 비싸게 팔리고 있다. 양문형 이런 걸 만들었다. 혁신자가 된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도 전면 도입을 한 것은 아직 아니지만 파이넥스 기술 설비를 했다. 현대차도 이제 싸구려차는 아니다. 정유도 한국이 엄청나게 수출하고 있다. 드라마, 케이팝(K-Pop), 골프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식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이노베이터(창조자)로 넘어가는 움직임, 그런 지각변동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정치다. 국회의원들도 빨리 수입을 해야 한다(웃음). 이렇게 우리가 팔로워 전략을 통해 (위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보호무역주의라는) 칼을 맞은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칼을 맞은 상황에서 또 문제가 되고 있는 게 고령화와 저출산인데 저는 사실 그것을 문제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을 기점으로) 사회 경제 시스템들이 한 단계 변신을 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혁신자의 과정에 맞게 변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과거했던 것처럼 장시간 노동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 AI가 들어오지 않나. 그럼 AI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한다고 해도 고립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일자리를 늘리고 관세를 더 물리겠다는 것이지 아주 수입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트럼프는 철저하게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나는 한국이 한 단계 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한국이 이걸 못하면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한국이 창조자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나의 후대 세대들 중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큰 희망을 갖고 있다. 그 아이들은 촛불(집회)에 나오면서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집단적으로 교육을 받은 거라고 본다. 그건 자의식을 흔들어 깨운 것은 엄청난 변화이다. (기업들의 경우에는) 몽골의 징기스칸이 했던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징기스칸은 다른 국가들이 우리가 너네 몽골제국에 속해 있을 거야 이것만 잘 지키면 내버려 두었다.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 지키면 자율을 주는 것이다.

삼성전자 같은 곳을 이미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이 본사를 옮기는 것에 대해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주소만 옮기면 되지 않나. 한국에서 태어난 기업이지만 삼성 정도의 글로벌 기업은 독자적인 기업 세계를 구축하는 게 맞지 않나. 이렇게 바뀌게 되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직장문화나 인사 문화도 다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조직 시스템이 다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애플은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폭스콘에 지분은 들어가 있겠지만 애플 공장은 아니다. 디자인 역량, 제품 및 비즈니스 설계, 플랫폼 설계가 애플의 주요 역량이다. 이런 애플 전략이 뭐냐면 나이키 전략이다. 그런 전략으로 우리도 가야 한다. 우리도 미국식의 기업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남들이 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애플이 플렉시블 OLED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엘지한테도 요청했지만 물량 때문에) 삼성이 미워도 삼성한테 달라고 하고 있다. 왜? 살 데가 없으니깐. 이런 관계는 삼성도 있다. 지금 사드 때문에 난리라고는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회사인 오포, 비보에 삼성이 가서 물량을 달라고 했다. (오포, 비보의 제품이) 잘 팔릴수록 삼성이 아쉬운 것이다. 그 이면에 한국 부품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구조가 되어 버리면 중국 공산당도 어떻게 할 수 없다.

갤럭시도 뜯어보면 일본 제품이 많다. 심지어 도료, 절연체 등도 다 일제다. 이런 소재 쪽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내는 건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경제상황이 나아질까. 만약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자국우선주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100년 후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결국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그런 게 아니라) 우리의 경제 구조가 아직 혁신형 국가 경제 모델로 못가고 있는 것, 모방자적 경제에 머물러 있는 것, 가격 경쟁에 말려 있거나 기존 개발도상국과 차별화가 안 되는 것 등이 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다시 본질이다. 우리 내적인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트럼프가 아니라 힐러리가 왔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내적인 경제체제를 바꾸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 트럼프는 아주 세게 나올 거다. 현재 트럼프가 실적이 없다.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에 집착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북한과 회담할 수 있다. 또 이번에 (우리나라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FTA재협상 관련해서) 트럼프는 뒤집을 수 있다. 우리를 제물로 삼고 계속 교란시킬 거다. 한국에 대해서는 FTA를 통해 철저하게 짓밟을 거라고 본다.

(이렇게) 미국은 북한을 미사일로 압박하고 한국은 경제로 압박하는 것이다. 명분도 있지 않나. 너희들 안보를 위해서 사드도 해줬는데 그럴 거다. 또 현재 대미 무역흑자도 (미국에 대해) 아킬레스건이다. 언뜻 보면 우리가 미국에 대해 흑자를 보고 있는 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숫자에 숨어있는 트릭(속임수)이 있다. 무기, 교육 등은 그런 수치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우리가 미국으로 지출되는 교육비가 8조라는 수치를 본 적이 있다. 요는 우리가 이런 걸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협상하러)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지적인 식민지이기 때문에 반론을 못한다. (게다가) 관료들은 어설픈 영어를 하려고 한다.

일본은 영어 할 줄 알아도 통역 놓고 (통역이 말하고 있는 사이) ‘생각’을 하고 있다. 불리한 거 같으면 아까 전달이 잘못된 거 같다고 뒤엎는다. (협상하면서) 상대방 언어로 들어가는 순간 70점은 잃고 가는 것이다. (내가 하는) 학술영어의 경우는 의미가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협상을 할 때의 영어는 의미가 굉장히 다양하다. 정확한 의미 그런걸 알기 힘든데 (관료들이) 영어 한마디 하려고 (그 중요한걸) 놓친다.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이 불리한 제안을 하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 된다. 잘 모르겠다, 그런 표정 그리고 통역하는 사람한테 다시 통역하라고 하는 그런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굉장히 오랜 시간 문서와 자료를 쌓아둔다. 그리고 그걸 협상할 때 들고 온다. 반면에 우리는 팀을 급조해서 3개월 동안 합숙해서 (협상 때 쓸 자료를) 만들어 낸다. (결국)우리는 지연 전술을 써야 한다. 협상을 조기 타결을 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가 힘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트럼프는 절대 오래 못 간다.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다. (트럼프 딸)이반카의 회사도 이해관계가 너무 부딪히는 게 많다. 그렇게 하려면 전문가로 구성된 전략팀이 필요하다. 그런 팀이 부재한 것이 제일 내가 (FTA협상 관련해서) 우려하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스타일은 정주영과 굉장히 비슷하다. 정주영에 대해 연구를 해본 적이 있다. 굉장히 비슷하다. 대표적으로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약점을 잡고 죽지 않을 만큼만 코너로 몬다. 그러고 나서 딜(협상, Deal)을 한다. 또 거짓말을 떠나서 트럼프는 정치를 비즈니스로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에 대한 평가도 오락가락하지 않나. 한편으로는 미친놈이라고 했다가 한편으로는 스마트 가이(똑똑한 사람, Smart Guy)라고 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가 처음에 오바마케어 폐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뭐라고 하는가. 수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말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이라고 말하고 온갖 제재를 가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게 있나. 없다. 멕시코 국경에 세운다고 했던 장벽, 그것도 (트럼프는) 세우는 시늉만 하고 있다. 미국이 이런 거짓말쟁이 트럼프를 수용하는 것은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일본 때문이다. 얼마 전에 미국 국무장관 틸러슨이 와서 뭐라고 했나. 한국은 파트너라고 했는데 일본은 동맹이라고 했다. 동맹은 혈맹이다. 파트너는 그냥 아는 사이다. 그건 (미국의) 본심이고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상할 것도 없는 거다. 그런데 왜 이런 것에 대해 한국은 분개하지 않나.

이번에 그 (사드 관련해서 트럼프가 요구한) 10억불, 그것도 트럼프가 장사꾼처럼 일단 딱 부른 거다. 앵커링 효과(사람들은 자신이 가치를 잘 모르는 것을 판단하거나 협상을 할 때 기준이 필요한데, 무의식적으로 처음 주어진 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는 행태를 말한다. 출처:한경 경제용어사전)란 게 있다. 한국은 그 10억불이 머리에 딱 박아놓고 거기서 이렇게 이야기할거다. ‘5억불은 안될까요.’ 그럼 트럼프는 ‘그건 안 돼지, 8억불은 내야지’ 이렇게 하면서 미국은 (돈을) 얻어낼 거다. <길+>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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