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건설산업·우석건설 등 중견 건설사 부도
롯데건설 등 대형건설사도 유동성 확보 사활
건정연 "건설경기 회복 자금시장 안정에 달려 있어"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각종 지표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본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정부의 대책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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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자금경색 심화로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자금여력이 약한 지역 중견 건설사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줄도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원건설산업은 지난달 25일(1차)과 28일(2차) 도래한 총 22억원의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부도처리 됐다.

창원 성산구에 본사를 둔 동원건설산업은 전국 시공능력평가(시평) 388위의 중견 건설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시장 경색과 금융기관들의 대출 제한 조치 등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 10월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발생한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의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를 말한다. 

장기영 동원건설산업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PF대출이 막히고 준공을 마친 건물도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 시행사가 도산했다"며 "이로 인해 미수금 250억원이 생겼는데 대출이 안돼 연 금리 36% 사금융을 이용해 남은 대금을 지급하다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우석건설(시평 202위)이 만기 도래한 구매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처리 됐다. 건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서울 사업장을 포기하는 등 원자재 수급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건설사가 도산한 반면 올해는 상반기에만 8개의 건설사가 도산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형 건설사도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9일 유상증자를 통해 1782억원을 조달하고, 최근 한달 새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로부터 긴급히 1조1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직접 사재 11억7000만원을 투입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시평 17위의 태영건설도 신규 기업어음(CP) 발행(500억원)과 신규 PF대출 약정(525억원)으로 총 102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자금조달지수는 37.3으로 전월 40.2보다 2.9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9월(52.7)만 해도 50대를 기록하던 자금조달지수는 지난 10월 40대로 진입하더니 지난달에는 30대로 떨어졌다. 자금조달지수는 기준선(100)을 중심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조강현 주산연 연구원은 “올 초부터 본격화된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 건설 원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의 하락으로 부동산 PF를 통한 기대수익이 감소하고 위험이 증가하면서 브릿지론에서 부동산 PF 대출 전환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는 주택건설사업자들의 재원조달 및 사업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PF ABCP를 매입하는 등 건설 업계에 숨통을 트여주면서 미청구 공사나 공사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률이 아직 가시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면서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 공사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건설경기와 관련해 자금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국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3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고 “건설산업은 경기 회복과 침체의 변곡점에 있는 상황이며 현재로선 하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침체가 지속될지 회복기로 전환될지는 자금시장 안정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건정연은 “최근 건설시장은 경기침체, 물가상승 우려가 크다는 측면에서 2010년 초반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거시 및 정책 환경변화에 따라 전문 및 중소건설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주택 가격 하락이나 분양 시장 침체 같은 건설 산업 전반의 사업적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금융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PF 유동화증권이나 회사채 차환이 정상 진행되지 못한다면 일부 건설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유동성 리스크나 신용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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