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 파견업체 노동자의 저임금 불안정 고용 바탕 성장”
“노동자 실명 사건, 청년노동·다단계 하청구조·제조업 파견 등 심각한 문제”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다가 실명한 3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불법인 제조업 파견이었다. 우리나라 공단지역에서는 지금도 흔한 일이다”고 말했다. 

박혜영 활동가는 19일 서울시 사당동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파견업체 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바탕으로 성장한 거라고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부품 3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실명 사건은 청년노동, 다단계 하청구조, 제조업 파견 등 모든 중요하고 심각한 노동문제가 집약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활동가는 “고학력 인력이 굉장히 많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부품공정에 메탄올을 사용하는 위험성에 대해 단 1명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파견 노동자들은 수시로 바뀌기기 때문에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굉장히 파편화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명 피해 노동자들은 메탄올이 어떤 물질인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메탄올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며 “메탄올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지 않고 취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련 규정들이 있는데, 문제의 사업장에서는 그런 점들을 지키지 않았고 그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혜영 활동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7명이 메탄올 사용 공정으로 실명 피해를 입었다. 

- 총 7명의 피해 노동자 중 1차 피해자 5명, 2차 피해자가 2명이다. 1차 피해자 5명은 병원 입원 중인 분이 2명이고 나머지 분들은 집에 있다. 1차 피해자 5명 중 4명은 시신경 손상이었고, 1명은 뇌를 다쳤다. 4명의 시신경 손상 피해자 중 2명은 합병증이 많이 왔다. 뇌출혈과 뇌와 관련된 신경 손상까지 입어서 입원 중이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10달 정도 입원했다. 아직도 계속 아프고 새로운 합병증이 생겨서 엄청 힘든 상태다. 또 2명 중 1명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피해자들 중에 유일하게 눈만 다쳤다. 이 분은 집에 있다. 그 상태로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서 운동도 못하고 건강도 계속 안 좋아진다고 한다. 그분은 정말 앞이 새까맣게 보인다고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나머지 1명은 오늘 재활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고 했다. 신경을 다쳤는데 이분은 4명 중 유일하게 결혼을 하신 분이다. 딸도 있는데 딸을 못 본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재활치료를 해야 하니까 다시 병원에 간다고 얘기를 들었다. 

나머지 2명은 영문을 아예 모른 채 지내다가 산재 신청을 하게 됐다. 시신경 손상은 총 6명, 뇌 손상까지 포함했을 때 7명이다. 국회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3명과 함께 산재 신청 기자회견을 한 12일 산재 신청을 했다. 1명은 그 주 금요일인 14일에 산재 승인이 됐고 1명은 다음 월요일인 17일에 승인됐다. 통상적으로 산재 신청을 하면 승인되는 데까지 명확하다면 1개월, 질병이라고 하면 최소 6개월까지 길어지기도 한다. 이분들은 3일, 5일밖에 안 걸렸다. 1차 피해자들도 산재 신청 후 승인까지 기간이 5일 정도로 짧았다. 엄청 빨리 난 것이다. 노동부도 압박이 있었을 것 같다. 

추가 피해자들의 근무지는 1차 피해자들이 일했던 곳과 같은 곳이다. 공장이 총 3곳이다. 총 3곳에서 7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추가 피해자 2명은 기존에 피해가 있었던 곳에서 다시 피해자로 확인된 거라서 조금 더 증명하기 수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견 노동자라서 파견업체에서 아니라고 하면 끝이다. 요새는 파견업체가 10개월에 1번씩 업체를 바꾼다. 4대 보험도 안 들어주고 10개월에 한 번씩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하지만 안 한다고 하고 퇴직금도 안 준다. 파견업체에서 추가 피해자 2명에 대해서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일하던 회사에서 확인을 해줘서 산재 승인을 다해줬다. 일하다가 다친 건 확실한데, 다행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씁쓸하기도 하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3차 하청업체에서는 실명 피해자 분들의 근무 사실을 확인해줬지만 파견업체에서는 확인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다.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파견 사실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4대 보험도 안 해줬다. 4대 보험을 안 한 업체 노동자에 대해 산재 신청을 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을 염두하고 그랬을 것이다. 파견업체는 안산, 시흥, 부천, 인천 공단 근처에 가면 엄청 많이 볼 수 있는 인력 아웃소싱 업체다. 그런 곳에 가기도 하고 피해자들이 연락을 받기도 했다. 중간에 사람을 대주고 인건비를 떼먹는 곳들이다. 사람 장사를 하는 곳이다.

이런 불법 파견이 우리나라 공단 지역에는 많이 흔한 일일 것이다. 서울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안산역에만 가도 파견업체를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도 그런 것에 익숙해졌다. 회사에서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뽑지 않고 파견업체를 통해 뽑는 방법을 취한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다. 3개월이나 6개월 계약직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파견으로 사람을 뽑으면 하루씩 계약되는 것이다. 3일 일했는데 일을 못하면 ‘나오지 마’, 6일 일했는데 일감이 떨어지면 ‘나오지 마’하는 식이다. 회사 편의대로 사람들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많이 퍼져서 사람들도 파견업체를 통해서 일자리를 찾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것은 1~2년의 일이 아니라 10년 동안 공단지역의 많은 중소 영세기업들이 그렇게 사람들을 쉽게 쓰고 버리고 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이윤을 만들어온 것이다. 대부분 대기업 하청업체들이라고 봤을 때, 대기업들이 불안정한 고용을 하는 것이다. 파견업체들은 다 최저임금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파견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 불안정 고용을 바탕으로 성장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하청노동 수준은 동남아시아보다 더 심각하다. 동남아시아는 일단 기업이 많지 않은데, 삼성이 베트남에 공장을 만들면 삼성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오히려 정규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단 다단계다. 토목의 유산이다. 건설 다단계부터 시작된 일이다. 사람 쓰기도 쉽고 돈 벌기도 쉽고 중간에 착복하기도 쉽다.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한국 사회 거의 모든 제조업 직종에 걸쳐서 고루 나타나는 현상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제조업은 특히 가장 밑바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파견 노동자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돌아봐야 한다. 모든 노동 문제들이 다 걸려 있다. 20대 청년노동, 다단계 하청구조, 제조업 파견 문제 등 굵직하고 주요한 이슈들을 모두 선점하고 있다. 게다가 평생 실명 상태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크게 다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보내는 신호가 굉장히 크다.  

해당 공정에서 위험한 메탄올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탄올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알루미늄판을 빠른 속도로 가열하면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을 식혀야 기스도 나지 않고 여러 가지 효과가 있어서 윤활제 역할로 알콜이 존재한다. 에탄올을 써도 되고 메탄올을 써도 되는데, 가격 차이가 제법 났다. 메탄올과 에탄올이 3배 정도 차이가 났다고 한다. 그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핸드폰 부품을 만드는 공정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 기계를 들여오고 이것을 이렇게 하면 된다고 최초에 설명해줬을 것이다. 그때부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삼성전자가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이 배운 고학력 인력들이 설마 단 1명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신규로 진출한 업체 사장은 다른 업체에서 상용하니까 사용한다고 얘기했다. 화학물질 공급업체에서는 공급하니까 공급한다고 얘기한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일 것이다. 그 중간에 감독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감독하는 사람도 없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사업주도 관심이 없었다. 일하는 공간을 둘러싸고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론에서 노동법 등 법적인 얘기를 많이 하지만, 이런 3차 하청업체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서울이 아니라서 가려져 있을 뿐이지 그곳도 한국에 공존하는 사회다. 아무런 법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으니까 돈의 흐름만 존재하고 대기업의 폭리만 지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메탄올 중독은 교과서에도 잘 안 나오는 내용이다. 너무 충격적이다. 의사들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질병이다. 그 후진성이 너무 놀랍다. 정말 사회가 아무런 기능도 하고 있지 못하다. 

실명 피해자 분들이 일했던 3차 하청업체에는 안전장치가 없었고, 개인 안전장비도 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메탄올이 어떤 물질인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메탄올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회사에서 장비를 잘 줬어도 해결됐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회사에서 잘 지켜주면 그게 제일 좋은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에탄올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메탄올을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화학물질별로 적합한 마스크나 장갑 등 장비들이 있다. 메탄올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을 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여러가지 유의점들이 화학약품 통에 붙어 있기도 하다. 그것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무얼 사용한다고 말해주지도 않았고, 적합한 안전장비도 사용하지 않았다. 무정부 상태의 회사였다. 어떠한 법도 작동하지 않았던 곳이다. 오로지 돈의 논리만 작동되는 곳이라, 법의 논리를 들이대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어떤 제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다. 

실명 피해자가 발생한 3차 하청업체에서는 메탄올 공정 노동자들을 3개월 단위로 교체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파견 노동자라서 일을 나가지 않아도 그만인 게 된다. 서로서로 그렇다. 비용 절감이라기보다는 이미 3차 하청업체에서는 파견 노동자들을 사용함으로써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비용 절감은 다 한 것이다. 3개월 단위로 굳이 교체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었는데 3개월 단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도 길게 일하지 않고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일을 했다. 3개월 단위로 교체한 게 악의적인 게 아니고 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게 악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게 악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악이다.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왜 몰랐을까. 어디에선가 한 번은 들었을 것이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게 노동부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어떤 공단에서는 전체 노동자 중 파견 노동자가 40~50% 정도 된다고 한다. 안전장비를 주지 않았다기보다는 사람이 가서 일주일 일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과 일 년 일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래 일할 사람은 조금 더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내가 뭔가 오래 일할 입장이면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구조가 ‘맘에 안 들면 그만둬’다. 만약 정규직이었다면, 계약직 중에서도 오래된 계약직이었다면 무엇인가 개선했을 것이다. 같이 오래 일하던 사람들이 조언을 하던가 하는 여지들이 상당히 많다. 파견 노동이 되면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끼리도 서로 모른다. 서로서로 도와준다는 여지도 없다. 굉장히 파편화된 노동을 하는 것이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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