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3차 하청에 법적책임 없어도 사회·도덕적 책임 있어...원청 역할 제대로 해야”
“선진국은 하청을 전문가로 생각, 한국은 원청업체가 재계약 여부를 칼처럼 휘둘러”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차 하청업체에서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다가 실명한 노동자들이 발생해도 질의서 응답에서 메탄올 사용 등 원청업체로서의 책임에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박혜영 활동가는 19일 서울시 사당동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와 LG전자에게 3차 하청업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도 사회적, 도덕적 책임은 있으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하청을 전문가로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원청업체가 재계약 여부를 칼처럼 휘두른다”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계약서가 아니라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전체 공급망 형태를 하청관계를 배제하고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거대한 먹이사슬 안에 1차, 2차, 3차 하청업체까지 다 들어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름을 달고 제품이 올라가고 올라가는데, 이 과정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다. 이게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는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파견제도를 오히려 확대하려 하는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스마트폰 부품 공정 중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추가 실명 피해자 2명을 확인하는 일도 시민단체가 아니라 고용노동부나 원청 대기업에서 했어야 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혜영 활동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3차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대기업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방법, 무책임하게 돈을 버는 효율적인 방법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올해 초 1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랑 LG전자에 두 번에 걸쳐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하나는 3월 8일, 하나는 4월 20일자다. 3월 8일자를 보면 이 사건을 인지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어차피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인데, 1차, 2차, 3차를 나눈 것은 순전히 삼성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 제3자가 볼 때는 모두 삼성전자의 하청업체다. 국제적으로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공급망이라고 부른다. 공급망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고 예방했냐는 질의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응할 것이냐는 질의도 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사전에 인지한 적 없다, 신규 협력사 등록시 기준을 충족한 곳과 거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돼 있는데 1차 하청업체에 한해서다. 이렇게 문어발식으로 하면서 2차, 3차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깡패 조직이 있다면, 1진은 2진에게만 무엇을 가지고 오라고 시키면 이 깡패들이 알아서 무엇을 다른 이들을 괴롭히고 다니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깡패 조직을 소탕할 때는 우두머리를 체포한다. 비슷한 구조인 것 같은데, 이 구조를 교묘하게 합법적인 굴래나 계약서 등으로 잘 막아놓는다. 책임이 없다고 뻔뻔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이번 업체는 3차 하청업체로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1차 협력사에 전파해 조치를 취했다고 응답했다. 삼성전자의 협력사에 감사드린다는 말도 있었다. LG전자도 1차 협력사를 통해서 모니터링한다고 대답했다. 두 회사가 이 질의서를 보냈을 때 대답을 이렇게 하자고 한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 구조에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3차 하청업체에 대해서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삼성전자는 1차 하청업체에만 일을 줬을 뿐이다. 그러면 1차 하청업체가 2차, 2차가 3차에게 일을 줬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1차 하청업체만 관리하고 나머지는 1차 하청업체가 관리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품은 삼성전자 이름을 달고 올라오고 위로 올라오고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노동 착취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든 인지하지 못했든 사회·윤리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나이키 신발과 공을 만드는 아프리카 아동 노동이 있었다. 그 아이들이 나이키 공장에서 직접 발주를 받아서 작업을 했겠나. 하청공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청공장에서 아동 노동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나이키를 문제 삼지 하청공장을 문제 삼지 않는다. 
 
삼성전자에서 공개적으로 메탄올 사용 공장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 공장들은 메탄올을 사용하지 못한다. 1차, 2차, 3차 하청업체 다 그렇다. 그런 식으로 원청업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얘기했는데 공개적으로는 묵묵부답이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문제로 단종과 대규모 리콜을 단행해 3분기 영업이익을 2조6000억 원이나 줄여 발표했다. 존 스컬리 애플 전 CEO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문제가 설계 결함이 아니라 제조 과정의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부품 생산 과정의 열악함이 신제품 단종과 리콜로 이어져 기업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 자신들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물건인데, 이 과정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다. 이게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게 너무 이상하다. 어린애 같다. 일단 몇 차 하청이라는 논리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가 만들어놓은 논리 구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1차, 2차, 3차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고, 거기에는 책임이 없다. 그러면 할 말이 없다. 

계약서가 아니라 삼성전자에 무엇인가를 공급하는 전체 공급망의 형태를 하청관계를 배제하고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거대한 먹이사슬 안에 1차, 2차, 3차 하청업체까지 들어있다. 삼성전자의 영업 및 생산구조 안에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해도 사회적,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급여를 받고 일을 하면 안전배려와 성실의무의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것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스마트폰 실명 노동자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단계 하청구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어떤가.

- 하청이라고 하면 외국인들은 전문가를 상상한다. 굉장한 전문가에게 일거리를 주고, 임금은 훨씬 더 많이 받는다. 전문가에게 도급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주지 않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정규직과 파견 노동자 사이의 임금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도급이나 하청이면 전문가가 들어와서 6개월이나 1년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경우 한 업체에서 10년 일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원청업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의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하청을 주고 있다. 외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갑질은 오래된 역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가 났을 때 하청업체가 관리하고 있었다. 이 사건이 왜 극단적으로 누출까지 되었을까. 하청업체들이 작은 사고를 교훈삼아 고치고 수정하고 관리할만한 자율성이 없었을 것이다. 그걸 드러내고 하는 순간 재계약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숨기고 은폐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게 전국에 만연하게 퍼져 있다. 상징적으로는 건설이나 철강, 조선업이 그렇다. 국내 다단계 하청구조는 대기업이 있는 곳이라면 없는 곳이 없다. 업종을 막론하고 있다. 메탄올 중독 실명사건은 이런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불공정함이 하늘을 찌른다. 한국은 원청업체가 재계약 여부를 칼처럼 휘두른다. 

실명 피해자 분들이 바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피해자 분들이 요새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일단 너무 어린데 앞이 보이지 않아서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마음의 부담도 클 것이고 좌절감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회가, 기업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오로지 피해자 가족들과 피해 당사자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매일 불안해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추가 피해자를 찾는 것도 급하고, 이번 추가 피해자 2명도 짧게는 10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영문도 모른 채 눈이 멀었다. 그 사람들에게 최소한 생계비라도 줘야 하는데 일을 못해서 집에만 있다. 가족들이 얼마나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겠나. 실명 피해자가 집에 혼자 있으면 안 되니까 가족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돌봐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걸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 노동부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처음에 추가 피해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메르스가 없다고 발표한 것과 비슷한 일이다. 그런 발표 따위 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가 피해자를 어떻게 제대로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노동부가 그렇게 발표했는데 2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노동부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노동부에 찾아가서 스마트폰 메탄올 실명 피해가 발생한 CNC 공정에 대해 왜 제대로 찾지 않았냐고 물으면,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답변이 아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불법인 제조업 파견이다. 파견 노동은 오늘 가서 일하고 내일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뽑는 것이다. 연속성이 없는, 분절된 노동을 만드는 게 파견 노동의 본질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고,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는 게 국가가 할 일일까. 사용 사업주들이 파견업체를 받는 것은 인력을 쉽게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왜 다른 방식을 구하지 않고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방식을 고수하나.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파견 업종을 확대하자고 한다.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실명 피해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인가. 너무 기가 찬 대응이다. 

파견 제도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인력 운용이 자유로우니까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숙련 노동자가 남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그게 큰 악재다. 우리 공장에 애정을 갖고 같이 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에는 좋은 것이다. 그런 것 없이 기계처럼 A였다가, B였다가, C였다가 피해를 당해도 그냥 둔다. 사람을 돈 버는 기계로 보는 것인데, 그것을 한국사회는 용인하고 있다. 오히려 확장시키려고 한다. 끔찍한 사회다. 

정부에게는 파견 확대는 집어치우고 파견 노동자들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잘 들여다보라고 요구하고 싶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게는 3차 하청업체에서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책임 없다는 말하지 말고,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더 확대되기 전에 책임을 더 명시적으로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재발방지 활동을 조용히 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하길 원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고 지지할 수 있다. 책임을 통감하지 않는 것은 윤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큰 틀에서는 원청 대기업, 노동부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를 얘기하는 것이다. TV나 라디오 광고를 제대로 해서 추가 피해자를 찾으라고 요구하고 싶다. 왜 사회단체가 2명을 더 찾아서 국회에서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가. 노동부가 찾아서 발표하거나 원청 대기업이 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번 스마트폰 실명 피해자 사건이 제2의 반올림처럼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 1차 피해자들은 올해 상반기에 피해가 집중됐다. 2차 피해자가 2015년 4월 사고를 당해서 피해 범위가 넓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무섭기도 하다. 실명으로 그쳤지만 이 7명은 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었던 사람이라서 호흡 곤란이 왔을 때 누군가가 병원에 싣고 갔다. 그러지 않았으면 이중 몇 분은 바로 돌아가셨을 것이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찾는 활동이 사회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든데 여러 가지 배움이 될 것이다.
 
7명의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반성하고 바꿔야 하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메탄올 사건이 한국사회에 보내는 신호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사람이 진지하게 읽어내야 한다. 정부가 몇 장의 보고서를 위해 일을 한다는 느낌은 없었으면 한다. 

노동건강연대는 추가 피해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원청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문제, 파견 노동 및 청년노동 문제를 사회적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다른 사회단체, 노동단체들과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너무 복합적인 사건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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