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복잡한 지배구조·권위적 의사결정 부족해, 새로운 롯데 만들 것”
롯데그룹, 정책본부 축소·준법경영위원회·일자리 창출 등 경영혁신안 발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작년 친형인 신동빈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 이어 수천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등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수천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재추진하며 지주사로 전환해 그룹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신동빈 회장의 사과는 검찰의 수사 종결 일주일, 작년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 대해 사과한지 1년2개월 만이다.

신 회장은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원진과 함께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자리에는 정책본부 주요 임원과 23개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같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작년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로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데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룩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최근 그룹이 처한 상황과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한 끝에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외부 전문가 참여 준법경영위원회 구축, △지주사 체제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조직 축소 등 그룹 정책본부 전면 쇄신, △5년간 40조 투자와 7만 명 신규 채용 등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롯데그룹 경영혁신안, 어떤 내용인가

롯데그룹의 경영혁신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투명경영 확립과 복잡한 순환출자 해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 정책본부 주요 임원들,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허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롯데는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우량 계열사 상장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검찰의 기소내용과 재판 진행 경과를 상장 주관사단 등과 면밀히 협의해 이를 추진하며, 지주사 전환구조와 방법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순환출자는 67개인데, 이는 국내 대기업 집단 전체 순환출자(94개)의 71%에 달한다. 

2004년 설립된 그룹 정책본부는 축소되고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화한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현재 7개 부서(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와 기타 부설 조직(롯데재단,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으로 근무 인원만 300여명이다. 롯데는 계열사 간 업무 조율, 투자와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길 예정이다. 

아울러 롯데는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해, 오는 2017년부터 매년 전년대비 10% 이상 청년 중심 채용 규모를 늘려 2021년까지 7만 명을 신규 채용하며, 여성인재 비율을 40%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 1만 명은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유통 계열사 5000명, 식품 계열사 3000명, 금융 및 기타 계열사 2000명 등이다. 

또한 롯데는 도덕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회장 직속의 상설조직인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를 설치한다. 준법경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해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제도를 만든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특수부·첨단범죄수사부·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 20여 명이 투입된 롯데그룹 수사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등 4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의 친딸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 기소 상태로, 총 5명의 총수 일가가 재판장에 서게 됐다. 그룹 2인자로 알려진 이인원 정책본부장은 검찰 소환조사 직전 경기도 양평군에서 자살했다. 

신동빈 회장를 비롯해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등 주요 인물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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