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호텔롯데 상장 등 작년 8월 ‘형제의 난’ 직후 내놓은 개선 대책의 재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요경제] 국내 경제전문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그룹 쇄신안 발표 내용에 대해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의 위상이 모호해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취지와 배치되고, 투자 및 고용 확대 등의 약속은 비리 재벌의 구태 답습"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지난 2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의 총수일가 5명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가운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26일 논평을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표한 쇄신안 중에서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호텔롯데 상장 등은 작년 8월 ‘형제의 난’ 직후 지배구조 개선 대책으로 이미 발표된 내용”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참여연대’로부터 분화해 설립된 경제전문단체로, 지난 1997년 이래 10년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벌여온 활동을 전문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어제 발표에서 추가된 내용은 준법경영위원회 설치와 준법경영체계 정착, 양적 성장 방식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 정책본부 역할 축소 및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투자와 고용 확대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다”라며 “그런데 이 쇄신안은 서로 아귀가 맞지 않거나 구체성이 결여돼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이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그 과정을 주주와 소비자, 협력업체, 노동자, 외부 전문가 등으로부터 충분히 평가받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 “준법경영위원회, 위상 모호..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취지와 배치”

경제개혁연대는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해 회장 직속으로 설치한다는 준법경영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이 모호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해 “준법경영위원회가 알려진 대로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계열사의 준법경영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주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준법경영위원회의 법적 권한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 계열사의 이사회 책임 하에 이사회 하부위원회로 구성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주장의 이유로 “회장 직속으로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라는 것은 자칫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불투명한 조직이 되거나 또는 유명무실한 자문기구로 전락하는 양 극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논평 내용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작년에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로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롯데그룹 계열사 임원과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내부 조직문화와 협력업체 관계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기구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외부전문가가 참여하지만 그룹 차원의 TF 성격으로 법적 권한은 없고, 업무의 성격상 법적 권한을 가질 이유도 없다”고 밝히며, 위 사례를 비추어볼 때 책임이 뒤따르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위원회가 되어야 쇄신안의 기본 방향에 맞게 정책본부역할 축소 및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 “투자 및 고용 확대 찬성하나, 구체적 이행과 쇄신 로드맵 필요”

경제개혁연대는 신동빈 회장이 ‘향후 5년간 40조 원을 투자하며, 7만 명을 신규채용하고 3년에 걸쳐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평을 이어갔다.

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은 재벌그룹 중에서도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서비스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악명이 높은 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일단은 롯데의 투자 및 고용 확대 약속에 반기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없이 40조원, 7만명, 1만명 등의 숫자만 앞세우는 것을 보면 이러한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 동안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들은 하나같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지켜진 것은 없고 공염불에 그치지 않았는가?”라는 반문을 통해 롯데의 채용 약속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한, ‘외형 확대에 치중하지 않고 사회와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롯데 신 회장의 약속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 및 유통업의 정체 추이를 감안할 때 무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이러한 질적 성장 전략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며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구상이 미비하고 여전히 외형을 강조하는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신동빈 회장의 약속대로 롯데그룹이 조직과 경영을 혁신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며, 일관된 계획에 따라 중단 없이 혁신 과제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 첫 단계로 롯데에 구체성과 실효성을 갖춘 쇄신 로드맵 작성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은 주주, 소비자, 협력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외부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진정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해 다시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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