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길을 묻다-심상정 정의당 대표>
“대기업-중소기업 격차축소, 한국경제 활로 위해 초과이익공유제 필요”
“비정규직 절반, 불필요한 비정규직 입구부터 막아 집권 5년 안에 정규직 80% 달성”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같은 기업에서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5%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임금과 임금 차별 원인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포괄임금제도 때문인데요. 이를 과감하게 폐기해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바오이로직스의 특혜상장 의혹을 파헤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상임대표는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에 연동하는 ‘살찐 고양이법’을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대폭 줄여 국민소득 300만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고소득층에만 집중되는 부를 이런 제도적 장치를 통해 밑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해야 내수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갈등비용 등을 줄여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2일 <일요경제>와의 ‘대선주자 경제 인터뷰’를 통해 “초과이익공유제는 기업간 양극화 해법임은 물론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 방안이자 적극적 산업정책”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길만이 한국경제의 활로”라고 말했다. 

작년 전체 노동자 절반에 육박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그는 집권 5년 안에 정규직 비중을 80%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 개혁 일환으로 경영능력이 없는 2‧3세로의 불법 세습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금을 제대로 내고 기존 법만 잘 지켜도 재벌 3세의 경영세습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 

또한 심 상임대표는 재벌독식경제 개혁을 위해 노동자이사제를 도입하고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하며, 원하청 중소기업들이 재벌을 상대로 공동 교섭할 수 있는 제도 등 기울어진 힘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심상정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낙수효과가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고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을 연동하는 ‘살찐 고양이법’으로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를 공약하셨습니다. 

▲ 2016년 전체 2000만 임금노동자의 평균임금은 237만원이고, 이를 300만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나 방법은 바닥은 올리고 천정은 내리면 됩니다. 국민생활이 체감할 수 없는 총량적 지표인 국민 1인당 GDP 4만 달러 같은 공약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정책입니다.

2015년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한 가구 월평균 생활비는 약 314만원입니다. 일을 해서 월급 300만원은 돼야 최소한의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바닥을 올리기 위해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면 최저임금 수준이나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저임금 노동자 492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최고임금법, 일명 살찐고양이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최고임금법은 공기업, 민간기업 CEO들의 임금 수준을 최저임금의 10~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일부 고소득층에 집중되던 소득을 아래로 내릴 수 있습니다.

사문화된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살아있는 원칙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 같은 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5%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임금과 임금 차별 원인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포괄임금제도 때문입니다. 포괄임금제도를 과감하게 폐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의 가치가 환산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국민월급 올리기 프로젝트’는 국민 호주머니가 든든해져야 자영업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도입 초기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일정소득 이하의 자영업자의 종합대책과 병행 추진되어야 합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업체 사이의 불공정한 관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도입하겠다고 하신 초과이익공유제는 어떤 내용인가요.

 ▲ 초과이익공유제는 수탁·위탁기업이 사전에 설정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목표 달성 시 약속된 배분규칙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그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발전하는 핵심과제로 인식돼왔지만, 대기업의 반감과 오해로 도입이 지연돼왔습니다.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는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될 만큼 글로벌한 제도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 2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7 미래경제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기업간 양극화 해법임은 물론,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 방안이자 적극적 산업정책의 일환입니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길만이 한국경제의 활로입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및 생활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 집권 5년 안에 정규직 고용 80%를 목표로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이 되는 입구를 제한하고 출구를 촉진하며 차별을 금지하는 3대 방안을 추진하면 됩니다. 

비정규직 사유 제한을 도입하고 비정규 일자리 2년 초과 직무에 대해서는 상시적 일자리로 전환하여 계절적·일시적 업무 등 꼭 필요한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 고용을 입구에서부터 막겠습니다. 비정규직만 뽑아 쓰는 비정규직 다수고용사업장에 대해서는 불안정고용유발 부담금을 징수하고, 중규직과 청년인턴제 등 불분명한 비정규직 고용을 과감하게 없애는 출구전략을 추진하겠습니다.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 등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여 비정규직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겠습니다. 

아울러 파견법을 우회해 확대‧양산되고 비정규직 암시장이 되어버린 불법파견, 간접고용을 과감히 도려내야 합니다. 불법파견을 통제할 수 없는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과 통합하고, 불법파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할 것입니다. 외주용역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원상 복귀, 직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무분별한 외주·분사화를 제한하는 법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대책은 지난 10년간의 비정규 대책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당시 기간제법은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취지로 제정됐지만, 사용자들은 정규직 전환은커녕 편법으로 초단기 근무계약만 확대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비용 절감과 인력 운영의 유연화를 목적으로 광범위한 불법파견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파견제법의 적용을 피하는 과정에서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기간제법, 파견법만 손봐서 해결될 수 없는 종양으로 자라났기 때문에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2016년 비정규직은 874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44.5% 수준입니다. 정부 통계로는 644만 명, 32.8%입니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279만원이지만 비정규직은 149만원으로 정규직의 53.5%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비정규직 사회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 44.8%, 고용보험 42.8%, 국민연금 36.3%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노조 가입률 역시 2.6%밖에 되지 않습니다.

- 최순실 게이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경영능력이 없는 2‧3세로의 불법 세습을 금지해야 합니다. 세금을 제대로 내고 기존 법만 잘 지켜도 재벌 3세의 경영세습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지금 재벌들은 경영권 승계를 핵심과제로 하는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불법, 탈법 경영이 나타나고 고질적인 정경유착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재벌 3세의 경영세습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영 능력은 물론이고 기업가 윤리가 결여된 재벌 2‧3세로의 불법 세습과 중대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사면을 금지해야 합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상장과 편법특혜 의혹을 제기하셨는데요.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혹들을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삼성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 의혹 문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 2016년 20대 국회에 들어와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조사해왔습니다. 상임위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국민연금 투자회의록을 최초로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의 투자회의록을 보면 국민연금은 50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국민연금이 찬성한 가장 핵심적 근거가 바로 6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성장 가치였습니다. 삼성 역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사후에 정당화하기 위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5년 연속 적자였던 자기자본 6400억 원인 기업이 편법회계와 정부당국의 특혜와 묵인으로 자산규모 2조8000억 원, 시총 규모 10조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된 것입니다. 정부당국이 증권거래소에 10조원짜리 폭탄이 돌아다니도록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삼성은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이 아니라 주범입니다. 삼성이 지나가면 법과 제도가 바뀝니다. 삼성이 지나간 자리는 특혜와 부정부패의 악취로 가득합니다. 삼성은 정경유착의 몸통이자 가장 강력한 기득권입니다.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화는 가장 강력한 기득권 타파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일입니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을 반드시 구속해서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 한국의 재벌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재벌독식경제 개혁을 위해서는 중대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사면을 금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노동자이사제를 도입하고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어야 하며, 초과이익공유제와 원하청 중소기업들이 재벌을 상대로 공동 교섭할 수 있는 제도 등 기울어진 힘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벌 3세의 조세포탈, 편법증여 등 행위의 처벌 강화,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한 사면 금지,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집단 창업자 3세 이상 상속대상 재산현황 신고 및 공시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재벌총수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노동자이사제 도입 등 상법개정안도 있어야 합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법제화 등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명한 의사 결정을 강화하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도 중요합니다. 최후의 구조교정 수단인 기업분할,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등과 초과이익공유제 및 하청중소기업의 단체교섭권 부여 등도 꼭 해결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은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 도입, 노동자 추천 이사제 등 재벌 개혁을 말했습니다. 필요한 제도이지만 이러한 절차적 견제장치 마련만으로는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과 경제력 집중을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 재벌 경제력 집중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빠져있습니다. 계열분리명령제나 기업분할명령제처럼 재벌이 힘을 오남용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 정부가 계열사 주식 매각 또는 기업 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최후의 구조조정 수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경영능력이 없는 2‧3세로의 불법 세습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부재한 것인데, 경제적 약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재벌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약자의 힘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재벌 개혁은 공염불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 중소상인의 집단교섭권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을 강화하는 것을 바탕으로 약자의 힘과 협상력을 강화해 재벌 권력의 힘을 견제해야 합니다. 

재벌 원청-하청, 재벌-중소기업/중소상인 사이 힘의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재벌은 압도적 경제 권력을 바탕으로 하청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노동자들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원‧하청 기업간 상생을 위한 초과이익공유제도를 도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보완하는 등 근본적 방안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2편에서 이어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